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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만경영·부당채용 얼룩진 금감원, 高강도 쇄신 불가피

노희준 기자I 2017.09.20 16:46:03
[이데일리 노희준 전상희 기자] 금융감독원의 방만경영과 부당채용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발표된 20일 금감원은 발칵 뒤집혔다.

지난해 해당 임원까지 기소된 변호사 채용비리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금감원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는 각종 비리와 모럴해저드가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한 임원은 “당혹스럽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금감원 기관운영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라 금감원에 후폭풍이 거세게 불 전망이다.

첫 ‘민간 출신 금감원장’을 수장으로 맞은 상황에서 가뜩이나 내외부의 개혁 주문이 높은 상황이다. 금감원은 일단 고강도 내부 쇄신에 나서겠다며 바짝 몸을 낯췄다.

이에 따라 불필요한 부서·인력의 ‘다이어트’와 함께 임직원의 주식매매에 대한 강도높은 내부통제가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금감원의 예산(감독분담금)과 관련해 사실상 ‘정부의 재정통제’를 받으라는 지적사항은 금감원의 독립성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 방만경영·부당채용 등 비리 3종 세트

이번 감사원 기관운영감사 결과 드러난 금감원의 문제점은 크게 3가지다. 방만한 조직과 예산 운영, ‘변호사 채용 비리’와 유사한 부당 직원 채용 및 무분별한 임직원의 주식매매 행태, 미흡한 금융소비자 보호 등이다. 금감원의 쇄신책도 이 같은 방향에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채용방식이 공무원 채용 수준으로 탈바꿈된다. 전면 블라인드 방식 도입, 서류전형 폐지, 외부 면접위원 참여 등을 통해 채용 전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감사원 감사 결과 금감원의 부당 채용 사례가 국회의원 아들 변호사 특혜 채용에 그치지 않고 유사한 다른 사례들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금감원 임직원의 주식매매 거래에도 철퇴가 내려진다. 현재 금감원은 금감원장부터 부서장(국실장)까지 주식 거래 자체가 전면 금지돼 있다. 부서장 아래 직원의 경우도 분기별 10회 이상 주식 거래를 할 수 없고 주식거래시 신고 의무가 부과돼 있다. 투자 금액도 직전년도 근로소득의 50%를 초과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에 타인명의 계좌를 이용한 차명 거래와 미신고 거래, 금지된 비상장 주식거래 등으로 총 50명이 주식 보유·매매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주식거래 금지 대상 직원을 대폭 확대하고 신고의무 위반자에 대해선 엄정 조치키로 했다.

◇ 관리직 비율 45%에 달해...감독분담금 통제는 독립성 충돌 우려

방만경영에도 ‘메스’가 불가피하다. 금감원은 올해 3월 기준으로 임직원이 1970명에 이른다. 이는 지난 1999년 설립 당시보다 56% 증가한 규모다. 문제는 팀장 직위가 부여되는 3급 이상의 관리직 비율이 45%에 달한다는 점이다. 금감원 직원 직급은 1~6급으로 돼 있고 3급부터 팀장 직위가 부여되는 관리직이다. 이러다보니 1·2급 직원 중 63명은 아예 보직도 없는 상태로 팀원으로 배치돼 있다. 이런 허수를 제외해도 실제 직위가 있는 보직자수도 전직원의 20%수준인데 이는 기획재정부 제시 기준 관리직 비율 9%의 2배를 넘는다. 장복섭 금감원 총무국장은 “외부 파견과 기능축소 부서의 인력을 감축해 가상화폐·P2P·회계감리 등 감독수요 증가 분야로 재배치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소비자보호도 강화되면서 감독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이미 취임사를 통해 “금융감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사결과 금감원은 최고금리 인하 과정(34.9%→27.9%)에서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에 대한 감독소홀로 소비자는 물지 않아도 될 이자를 더 물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금감원 쇄신 과정에 논란이 예상되는 부문도 많다. 금감원 예산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감독분담금’ 문제다. 감독분담금은 금감원이 관리감독을 해주는 대가로 은행, 보험, 증권사 등 각 금융회사에서 갹출해서 받는 분담금이다. 감사원은 이 감독분담금이 최근 3년간 평균 14% 급증했다며 통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문제점으로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 재정통제 기관의 통제수단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사실상 ‘정부(기재부) 통제’를 받는 부담금관리기본법상의 ‘부담금’으로 지정해 엄격한 통제를 받으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독립성을 추구해야 할 금감원의 정부 종속이나 ‘관치’ 강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는 감독원 독립성 및 자율성과도 맞물려 있는 사안이라 금감원이 정부의 통제를 받을 것인지에 대해도 고민이 필요하다”며 “현재도 금융위에서 예결산 승인을 다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바짝 엎드린 금감원이지만 내부에서는 당혹스러움과 함께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당 채용과 관련한 개인적 해명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등 예상보다 처분 수위가 높게 나와 당혹스럽다”며 “주식 매매 금지 역시 직원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지나치게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한 직원은 “이번 감사는 당사자들이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짜인 각본에 따라 진행된 것 같다”고 표적감사 의혹도 제기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건건이 나타난 채용비리나 차명주식 투자 등의 문제는 당연히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해 정비해야 할 과제”라며 “다만 금감원 인력·예산·조직의 문제는 정책적 판단과 관련된 것으로 감독체계 전반에서 금감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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