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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대출규제 강화…"왜 엉뚱한 곳에 폭탄 던지나"

장순원 기자I 2016.10.18 16:47:51

은행 이어 2금융권까지 대출 규제 강화
갑작스런 정책변화에 실수요자들 당혹
임종룡 "서민위해 보금자리론 기준강화"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정책은 예측가능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무런 얘기도 없다 갑작스럽게 그것도 금요일 밤에 보금자리론을 축소하겠다고 공지하는 경우가 어디있습니까.”

요즘 포털사이트 부동산카페에는 당장 돈줄이 막힌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정부 정책을 불신하는 댓글이 쉼없이 올라오고 있다.

정부가 시중 은행부터 제2금융권까지 전방위 가계대출 옥죄기에 돌입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조치지만 실수요자의 돈줄까지 차단하는 부작용까지 나타나면서 무차별 대출규제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은행부터 저축은행까지 전방위 대출 규제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에 대한 대출규제에 이어 저축은행의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저축은행의 고위험 자산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과 연체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살필 계획이다. 건전성 감독이 강화되면서 서민과 자영업자 대출을 주로 취급하고 있는 저축은행의 대출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이달 31일부터는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회사로부터 토지나 상가, 오피스텔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는 한도가 담보가치 대비 최대 15%포인트 줄어든다. 상호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맞춤형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방안도 나올 예정이다.

이미 은행권이 집단대출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금융당국의 특별검사에 대비해 미리 가계대출 관리 모드에 돌입하면서 대출 문턱은 한층 높아진 터다. 이 때문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수도권과 부산에 분양할 예정인 6개 단지 5528가구의 집단대출이 중단되는 사태도 벌어지기도 했다.

정책금융의 문도 좁아지고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보금자리론 공급을 연말까지 사실상 중단했고, 시중은행도 장기 고정금리 방식의 주택담보대출인 적격대출 상품의 신규대출을 중단할 예정이다. 모두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정책상품으로, 결국은 주택 마련을 위한 서민들의 이용창구가 잇따라 막히게 된 셈이다.

손정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8·25 대책이 나왔을 때 만해도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기류였다”면서도 “실수요자 반발이라는 부담을 안고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가계부채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게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대출문 막힌 실수요자 반발‥野 “엉뚱한데 폭탄 던지나” 질타

시중은행에 이어 제2금융권으로 대출규제가 전방위로 확산하자 실수요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주택 구입자금이나 생활자금이 막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들로서는 대출을 받더라도 높아진 대출금리 때문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이 일제히 대출을 죄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기준 역할을 하는 신규 코픽스 금리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9월 신규취급액 코픽스의 경우 연 1.35%로 8월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당연히 은행권과 정책금융상품을 이용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의 갈지자 정책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계부채를 잡으라고 했더니 엉뚱하게 실수요자에 폭탄을 던지면 어떡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금 추세라면 보금자리론 대출 실적이 애초 생각했던 10조원을 넘어 2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면서 “남은 재원은 서민에게 집중지원하려 대출 요건을 강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도 “대출규제를 강화하다 보면 이 정도 부작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을 죄더라도 실수요자를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나 6억원 이하의 서민주택 수준이라면 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대출을 이용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관리의 핵심은 질이 좋지 않은 대출을 줄여나가는 것”이라면서 “특히 가수요를 걸러내는 게 중요한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집단대출에 적용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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