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4대 대통령을 지낸 거산(巨山)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서거한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광장 서울도서관 정문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서울시는 이날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오후 1시 50분쯤부터 시민들이 조문할 수 있게 했다. 당초 정오부터 조문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우천으로 분향소 설치가 지연되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분향소가 설치되기 전인 오전 11시에 서울광장을 방문한 강대성(66·경기도 남양주)씨는 “어린 시절부터 대통령의 꿈을 품고, 용감하게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김 전 대통령이 좋아 대통령에 당선될 때까지 투표했었다”며 “서거 소식을 듣고 조문하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고 말했다.
오후 들면서 분향소에는 조문객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목발을 짚고 온 사람부터 팔순이 넘은 노부부, 서울광장 주변 회사서 근무하는 직장인과 외국인 등 다양한 조문객들이 분향소를 찾았다.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김 전 대통령을 존경했다는 박진우(62) 씨는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고, 하나회를 척결해 군부 독재 시대를 종결했다”며 “금융실명제도 시행하는 등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그는 “임기 내 아들의 비리사건이 발생하고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를 요청했던 것이 아쉬웠지만 민주화를 위해 희생했다는 점은 국민들 가슴에 남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체장애인 기노성(62)씨는 “김 전 대통령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고, 매일 조깅하는 활동적인 사람이었다”며 “넓은 마음으로 주위 사람들은 물론 장애인도 따뜻하게 챙기던 대통령이었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김희성(73·용인)씨는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단호하고 명석해 어렸을 때부터 존경했다고 말했다. 오금남(65)씨도 “군사독재와 맞서 싸우고 훗날 당사자들을 심판대에 세우고, 금융실명제, 역사 바로 세우기 등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며 명복을 빌었다.
한편 이날 서울광장 분향소에선 사단법인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회원들이 상주 역할을 맡았다. 민추협은 1985년 DJ의 동교동계와 YS의 상도동계가 두 사람을 공동의장으로 해 결성한 민주화운동 조직체다.
김삼열(60)민추협 정보조사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은 따뜻하고, 격식을 따지지 않는 분이었다”면서 “‘정직하게 살아라, 욕먹지 않게 행동하라’던 그분의 말씀을 기억하겠다”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서울대병원에서 조문을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은 류경기 행정1부시장, 이제원 행정2부시장, 임종석 정무부시장과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
박 시장은 조문 뒤 “김 전 대통령은 우리 현대사를 민주주의와 통합으로 이끈 위대한 업적이 있는 대통령”이라며 “함께 추모하고 그분의 생애를 성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26일까지 합동분향소를 운영하는 만큼 더 많은 시민들이 와서 추모하고 고인의 생애를 기렸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래학 서울시의회 의장은 “김 전 대통령께서 지난 1995년 처음으로 지방자치제를 실시해 지방자치의 발판을 만들어 주신 데 감사드린다”며 “지방자치와 분권을 위한 그의 숭고한 뜻을 따라 펼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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