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폭탄 쌓이는데…보증 선다던 정부, 실적 '0'

박지애 기자I 2023.03.09 19:15:18

[유명무실 PF대책]
부동산 연착륙 위한 5조 PF대출보증 '유명무실'
돈줄 쥔 금융사는 '대출 약정' 꺼리고
정부는 대책발표 후 관리감독 손놓아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부산에서 주택 사업을 하는 한 지역 중견 건설사는 최근 부산 내 자체 사업장 한 곳을 포기하기로 했다. 자체 사업은 건설사가 토지 매입부터 분양·시공까지 모두 담당한다. 건설사가 보유한 땅이기 때문에 시행 이익이 포함돼 수익성이 뛰어나지만 연 10%가 넘는 고금리 부담을 안고 대출 연장까지 하며 시장 회복을 기다리기엔 자금이 부족해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멈춰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 늘면서 건설사 연쇄 도산 우려가 커지는 등 분양 시장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돈줄을 쥐고 있는 금융권은 ‘사업 리스크’를 이유로 건설사와 시행사에 대한 대출 의향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시장 연착륙을 돕기 위해 정부가 PF 보증 한도 규모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단 한 건의 보증 상품 승인도 이뤄지지 않아 허술한 대책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지난 1월 초 출시한 5조원 규모의 ‘미분양 대출 보증’과 ‘PF대출 보증’ 상품이 출시 두 달 동안 단 한 건도 집행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분양 대출 보증’은 말 그대로 미분양이 난 사업장이 당장 계약금을 마련하지 못해 PF대출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으로 금융권의 차환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보증 상품이다. 분양을 완료한 후 계약금이 들어오면 차환보증을 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보증을 받는 것이다. ‘PF대출 보증’은 브릿지에서 본PF로 전환하지 못하는 사업장들을 보증함으로써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돕는 상품이다.

HUG 관계자는 “이 상품은 HUG가 직접 대출하는 게 아니라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해주는 것이다”며 “최종 승인을 받으려면 금융사의 대출의향서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서류를 접수한 모든 사업장이 의향서를 받아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분양 대출 보증’과 ‘PF대출 보증’을 받기 위해선 보증을 원하는 사업장이 필요 서류를 제출하고 HUG에서 1차로 자체 서류 검토 후 승인 절차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HUG는 사업장에 대출의향서를 요청한다. 대출의향서를 기반으로 표준사업약정을 체결하면서 보증서를 발급하는 데 금융사에서 ‘사업 리스크’를 이유로 대출의향서 발행을 꺼리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금융사에서는 해당 보증 상품을 이용하는 사업장 자체가 절박한 데 과연 차환할 수 있을지 곱지 않은 시선이어서 의향서 발급을 꺼린다”며 “정부가 강력하게 금융사의 행태를 관리감독해야 하는데 대책 발표 후 손 놓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도시연구실장은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PF 보증 한도는 미분양이 늘어나고 잔여공사비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가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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