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은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를 줄인 신조어로, 부동산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시대상을 반영한다. ‘부동산’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주요 화두이자, 정치·경제를 넘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지배적 가치가 된 모양새다. 이번 대선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부동산은 문재인 정부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2017년 6번, 2018년 5번, 2019년 6번, 2020년 7번, 2021년 10월까지 4번 등 총 28번의 부동산 정책을 추진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은 어느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집값 폭등에 무주택자는 좌절하고, 유주택자는 높아진 세금 부담에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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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이 내세운 키워드는 ‘정책의 혁신’이다. 상황의 맥락을 파악해 현실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실사구시 정신에 기초해 비정상적인 정책들을 ‘창조적 파괴’를 통해 정상화해야 한다는 일갈이다.
김 전 장관은 책머리에서 “경제를 ‘정권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저격하면서 “창조적 파괴는 진영논리와 포퓰리즘이 가져온 극단을 파괴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썼다. 경제정책 기조는 소위 소주성에서 혁신성장으로 완전히 전환하고, 혁신의 기반을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 탈원전정책은 ‘탈탈원전 에너지정책’으로, 기업활동에 대한 과도한 규제 강화는 자율성 존중으로 대체할 것을 역설한다.
또한 기본소득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본서비스 복지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권력화된 노조의 내부혁신과 연공급임금체계 개편 등을 통해 개선할 것을 강조한다. 무원칙 수사와 판결로 신뢰가 실추된 사법개혁은 법무부의 수사지휘권 배제와 검찰 인사제도의 혁신으로, 통일을 사실상 포기한 비정상적 대북정책도 정상적으로 대응하라는 주문이다.
50일도 채 남지 않은 대선 정국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말은 ‘비호감 대선’이다. 거대 담론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거침없는 폭로전과 인기영합적 정책 공약이 메웠다. ‘이쪽도, 저쪽도 싫다’는 정치 냉소와 불신은 깊어지고 혼탁 양상이 통제불능 수준이다.
저자들은 “퇴화 여당과 불임 제1야당이 내놓은 마초 대통령 후보들에게 기대를 걸자는 것이 아니다”며 국민을 향해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 나라를 선진국답게 발전시킬 새 판을 짜자”고 제안한다. 그러면서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의 결과에 정부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이는 국민의 몫”이라면서 누가 대한민국을 이끌 진정한 리더인지를 묻는다.
이 책이 다음 정부를 이끌어 예고된 파장을 최소화하고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다만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고려 없이 현 정부의 비판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 한일관계 악화의 근본 원인이나 강대국 파워게임에 따른 정부의 선택권은 외면한 채 미국과 일본 쪽으로 치우친 입장에 대한 일각의 비판에는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 산업현장에서 어이없는 죽음을 부른 기업의 잘못에 대한 성찰 없는 ‘친기업 정책’ 강조도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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