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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치는 내년 3월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의 후임으로 취임해 4년 간 칠레를 이끌게 된다. 취임일 기준 36세로, 칠레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 된다. 2014년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했던 보리치는 이번 선거에 공산당 등 폭넓은 지지층의 연합체 대표로 출마했다. 그는 이날 자신을 지지해준 유권자들에게 “모든 칠레 국민들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구조적인 변화를 위해 책임감 있게 나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 때 남미 경제 선진국으로 성장했던 칠레는 오랜 군부독재를 벗어나 번영을 구가했다. 하지만 2년 전 지하철 요금인상 반대 시위에 이어, 최근 교육의 질 향상을 요구하는 학생운동 및 교사시위 등까지 장기 사회 소요사태가 지속됐다. 보리치는 이 때 학생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번 대선은 지난 2019년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 이후 2년 만에 치러지는 것이어서 특히 주목을 받았다. 당시 칠레 정부는 유가상승 및 페소화 가치 하락을 이유로 지하철 요금을 800페소(1320원)에서 830페소(1370원)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우리 돈으로 50원을 인상했을 뿐이었지만, 높은 물가 및 빈부격차에 대해 그동안 억눌렸던 국민들의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칠레 전역에선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높은 물가가 더욱 치솟았고, 칠레 경제는 위기에 직면했다. 보리치는 경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시절 개혁안으로 시작된 민간 개인연금 시스템 폐지와 부자증세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부자증세를 통한 세금은 사회복지와 환경 보호에 사용하겠다는 복안이다.
한편 보리치의 당선으로 칠레에선 미첼 바첼레트 전 중도 좌파 정권 이후 4년 만에 다시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이는 불평등을 야기하는 사회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만, 그리고 중도 우파 정권에 대한 반감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2019년 대규모 시위 여파가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