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왜 우리나라 기업들은 20만원짜리 홍미노트, 40만원짜리 아너노트10 같은 패블릿을 안만드나. 자국민에게 비싸게 팔아먹을 생각만 한다”,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게 100만원 언저리면 대박날 이유가 없다”…. 최근 국내 제조사 스마트폰 출시 관련 뉴스라면 늘상 달리는 댓글 내용이다.
국내 제조사 스마트폰에 “가격을 낮추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자동차와 가전제품이 해외보다 국내에서 더 비싸게 팔린다는 불신(不信)이 오랫동안 쌓여온 가운데 높은 사양으로 스마트폰 평준화가 이뤄진 영향이다.
특히 중국 제조사들의 스마트폰이 저가에도 높은 성능을 나타내고, 베젤을 최소화한 디스플레이 채택으로 디자인 차이가 크게 없어지면서 가격에 대한 저항력은 더 커졌다.
국내 제조사들은 이를 의식해 최대한 가격을 높이지 않으려 애를 쓰지만 좀처럼 눈높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삼성전자(005930)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오는 9일 공개될 ‘갤럭시 노트9’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했다고 밝혔고, 128GB와 512GB 버전이 각각 109만원과 135만원대가 될 것이란 소문이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앞서 LG전자(066570)가 ‘G7 씽큐’ 출고가를 공개했을 때도 전작보다 1100원 낮춰잡았지만 불만은 거셌다.
이는 업체마다 내세우는 모델은 프리미엄급인데 비교는 중국산 중저가폰과 해야하기 때문이라는 데 있다. 각종 부품 업그레이드에 따른 비용 증가와 OS(운영체제) 최적화, 애프터서비스(AS) 등이 모두 가격에 포함되지만 일단 겉으로 보이는 사양은 크게 다르지 않아보여서다. 업계에서는 중국업체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데는 정부가 비밀리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독 높은 가격을 책정해도 상대적으로 관대한 평가를 받는 기업이 있다. 바로 애플이다. 애플은 비교적 대중적인 ‘아이폰 SE’ 시리즈 가격이 최저 49만원부터 시작하고, 아이폰X은 국내에서 142만원부터 판매된다. 그덕에 애플이 지난해 4분기 세계 시장에서 스마트폰 판매로 얻은 영업이익은 전체의 86%에 달했다.
결국 삼성전자와 애플의 차이는 ‘OS’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중국 기업들과 스스로를 차별화하기 어려운 이유는 기본적으로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면서 디자인이나 성능 차별화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은 ‘iOS’라는 단독 OS를 사용하고 태블릿과 PC로 연결하는 한편 애플뮤직과 아이클라우드, 앱스토어 등 서비스로 확장해나간다. 기기 사양이 받춰주지 않아 업데이트 적용이 매끄럽지 않을지언정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처럼 ‘구매 후 2년’ 같은 업데이트 제한도 사실상 없다.
올 2분기 삼성전자는 애플을 누르고 세계 영업이익 1위 기업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는 애플이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스마트폰에서 올리는 반면 삼성전자는 전체 영업이익의 78%를 반도체에서 창출했다는 데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정점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애국심’ 외에는 호소할 데가 없는지 깊은 고민이 필요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