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덫에 걸린 최흥식 금감원장

박종오 기자I 2018.03.12 17:58:03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하나은행 채용 비리 연루 의혹이 불거진 최흥식(사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전격 사의(辭意)를 표명했다. 채용 비리 척결을 기치로 금융권에 칼끝을 겨눴던 최 원장이 되레 채용 비리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된 셈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 원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 사의를 밝혔다. 최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3년 하나은행 입사 공채에 지원한 대학 동기 아들의 합격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금감원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특정인을 취업시키기 위해 하나은행 인사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의혹 제기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자체 특별 검사단을 구성해 사실 규명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인 지 불과 반나절 만에 최 원장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채용 비리에 ‘무관용 원칙’을 강조해온 청와대가 최 원장에게 사실상 사표 제출을 종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 원장은 이날 오후 배포한 입장 자료를 통해 “하나은행 인사에 간여하거나 불법적인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재차 부인하면서도 “금융권 채용 비리 조사를 맡은 금융감독원 수장으로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최 원장은 작년 9월 11일 취임 이후 6개월 만에 옷을 벗게 됐다. 역대 금감원장 중 최단 기간에 사임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주요 기관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도 최 원장이 처음이다.

금감원은 앞으로 유광열 수석부원장이 원장 직무를 대행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채용 비리 특별 검사단도 예정대로 운영하기로 했다. 특별 검사단은 최 원장 채용 비리 의혹의 사실관계를 가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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