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당장 ‘칼날’을 휘두르기보다는 실태조사에 방점을 두면서 제도개선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재계 입장에서는 그간 ‘깜깜이’로 운영되던 공익법인의 실태가 드러나는 만큼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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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상 대기업 공익법인은 동일인(총수) 관련자인 비영리법인을 말한다. 총수일가 및 동일인이 지배하는 계열사가 공익법인 총 출연금액의 30%이상을 출연하면서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다.
공익법인은 상증세법에 따라 세제 혜택도 받고 있다. 특정 기업의 총 주식을 5% 내에서 보유할 경우 상속·증여세를 내지 않고 있다. 이같은 비과세 혜택은 기부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지만, 일부 재벌들은 계열사 우회 지배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재벌계열사 주식을 공익법인에 기부한 뒤 상속·증여세를 면제받으면서 해당기업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총수 지배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물산 주식 매입이다. 지난해 2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물산 지분 200만주를 매입했다. 삼성재단의 이사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인 점을 감안하면 주식매입으로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이 16.5%에서 17.2%로 늘어난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금호산업 경영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죽호학원을 동원한 사례도 논란이다. 박 회장이 새로 설립한 그룹 지주사 ‘금호기업’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죽호학원이 출자했고, 금호기업이 금호산업 지분을 인수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붙여 시가보다 비싸게 매수했다.
공정위는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상증세법 상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일반현황, 출연현황, 지배구조, 주식소유 현황 등 특수관계인 현황을 요청했다. 사실상 공익법인에 대한 기존 자료를 모두 제출받는 셈이다. 조사과정에서 그간 신고가 누락된 비영리법인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 향후 대기업 집단 지정시 계열편입, 내부지분율 산정 등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후 공정위는 1월중에는 2단계 실태조사를 통해 해당법인의 운영실태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도 진행한다. 1차조사 결과에 따라 계열사간 의심스러운 거래나 당초목적과 다른 운영방식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할 계획이다.
재걔에서는 공정위의 공익법인 전수조사가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1차 조사의 경우 공정거래법 14조4항에 따라 대기업집단 지정과 관련된 만큼 조사권한이 있더라도 2차 조사는 ‘월권’이라는 주장이다. 공정위가 자발적 협조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규제 권한을 갖고 있는 공정위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실태조사를 통한 제도개선이 핵심”이라면서 “기업들의 공익법인 운영 애로 등을 감안해 조사를 할 게획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