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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지자체 여러 곳에서 “예산이 소진돼 부득이하게 내년 예산이 배정될 때까지 지급이 어렵다”며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서는 접종비 미지급 문제가 불거져 당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었던 임현택 회장이 중원구에 민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중원구에서 예비비로 접종비를 편성해 지급하면서 소송이 취하됐다.
이렇게 접종비가 지연 지급되는 것은 규정 위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질병관리청 고시 ‘예방접종업무의 위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예방접종비용은 인정 통보 후 15일 이내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질병청 고시에는 유예 규정이 따로 없는데, 얼마 전부터 질병청은 국가예방접종사업 관리지침에 ‘예산의 부족 등 부득이한 사유로 해당 기한까지 지급이 어려운 경우 제외’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이에 대해 소청과의사회 관계자는 “행정편의를 이유로 기한을 무력화한 법적 위임 범위를 벗어난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지급이 늦어지는 비용 규모도 상당하다. 가을이 되면 인플루엔자(독감)와 코로나19 국가예방접종이 시작되는데 질병청이 올해 구매한 독감 백신만 1207만 도즈다. 여기에 소아 독감 백신(별도 구매)과 코로나19 백신 등까지 고려하면 두 백신의 국가예방접종 횟수는 약 2000만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접종료는 건당 1만 9220원인데 이를 감안하면 3800억원 이상의 행위료가 지연 지급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지연 지급 사태는 소아청소년과 의원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가을철에는 환자 상당수가 국가예방접종을 위해 소청과 의원을 찾는데 이 비용이 지급되지 않으면 가뜩이나 어려운 소청과 의원들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지적이다.
소청과의사회 관계자는 “국가예방접종비의 지급 지연은 단순한 회계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라며 “예산 소진을 이유로 한 ‘외상 행정’을 즉시 중단하고 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의지가 있다면 ‘정시 지급’과 ‘지연이자 부과제도’를 즉시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에 대해 질병청 관계자는 “내년도 국가예방접종 예산 정부안을 증액했다”면서 “일부 지자체에서 지연지급되는 사례를 줄일 수 있도록 대책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