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전날(24일)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협치에 대한 비판을 가했다. 지난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을 예로 들었고 이 후보는 사과의 뜻을 간접적으로 표명했다.
안철수 후보는 앞선 토론 때보다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모두 안 후보에 대한 직접 공격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안 후보 본인 또한 누구 편도 들지 않은 채 ‘네거티브’ 공방에 대해 한 발 물러나 있는 모습을 보였다.
|
오차범위 내 박빙의 지지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이날(25일) 토론에서 시종일관 부딪혔다.
먼저 두 후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외교·안보 정책의 시각차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에 “거칠고 난폭하다”고 비판했고 윤 후보는 “이 후보의 유약한 태도가 오히려 평화에 위협”이라고 맞받았다.
이 후보는 윤 후보가 정치 신인인 점을 부각했다. 그는 코미디언 출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언급하며 “6개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서 나토가 가입을 해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결국 충돌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거칠고 난폭하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안보관이 부족하다”며 “평화는 확실한 억지력을 가져야 평화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선제타격에 대해서도 “그 능력을 확보하고 의지를 보일 때에만 전쟁을 예방할 수 있다”며 “(이 후보의) 그런 유약한 태도로는 오히려 평화가 위협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실패로 돌아간 연동형비례제에 대한 책임론도 양 후보 간 오갔다.
윤 후보는 “(그때도 민주당이 위성장당으로) 정의당의 뒷통수를 쳤다”면서 “과연 정상적인 국민의 논의와 고민을 담을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곧장 이 후보는 그는 “위성정당 문제는 국민의힘에서 먼저 시작해서 민주당이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면서 “(본인은) 국민의힘이 그러더라도 따라가지 말자고 했는데 국민의힘이 먼저 하자고 했다”고 항변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이 후보는 윤 후보를 가리켜 ‘빙하타고 온 둘리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이미 했는데 ‘NSC 회의 하라’고 주장하신 것도 봤는데, 시중에 이런 얘기가 있다”며 “시중에선 (윤 후보에게) ‘빙하 타고 온 둘리 같다’고 하는 말이 있던데 혹시 들어보셨느냐”고 비꼬았다. 윤 후보도 “정상적인 질문을 하시라. 팩트에 근거해서”라고 꼬집었다.
정치 분야 토론에서 윤 후보는 이 후보를 빗대어 이완용 비유를 했다. 윤 후보는 김만배 등 대장동 사건 관련자들의 녹취를 인용하며 이재명 후보를 ‘대장동의 몸통’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가 지난 2012년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했던 윤석열 후보를 언급하며 “그들에게 도움을 준 것도 윤 후보이고 저축은행 수사에서 봐준 것도 윤 후보”라고 말했다.
이에 윤 후보는 그는 “이는 마치 이완용이 안중근에게 나라 팔아먹은 사람이라고 하는 것고 똑같다”면서 “당시 대구 고검 좌천 가서 앉아 있었는데 어떻게 몸통이 되는가 상식적으로 말되는 얘기하라”고 반박했다.
◇‘모두까기’ 모드 심상정…여야 ‘역린’ 찔러
토론 때마다 ‘가장 잘한다’ 평가를 받았던 심 후보는 이날(25일)도 이재명 후보와 윤 후보를 지적했다. 협치를 제안했던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과거 위성정당의 과오를 언급하며 이 후보에게 반성의 뜻을 받아내기도 했다.
심 후보는 “지금 민주당이 ‘위기의 민주주의’를 호소할 상황은 아니다”면서 “국민들이 압도적인 권력을 몰아줬는데 그동안 뭘 했는가”라고 물었다.
심 후보는 “그동안 민주당이 내로남불 정치하고 오만한 것에 대해 심판하는 분위기”라면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호소하는 것은 (민주당 입장에서)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근혜) 탄핵 세력을 누가 부활시켰는가”라면서 “윤 후보의 슬로건이 ‘국민이 키운 윤석열’이라고 했는데, 그게 아니라 민주당이 키운 윤석열”이라고 꼬집었다.
심 후보의 지적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심 후보의 지적이 가슴을 콕콕 찌르는 것 같다”면서 “부족했고 오만해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은 위성정당 관련해서 그때 반대했고, 당내에서도 입장이 난처해졌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않는 길로 가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심 후보는 “20년 동안 정치를 바꾸려고 온갖 노력하고 좌절을 해왔다”면서 “집권 여당 대표가 ‘이재명 후보도 탄압을 받았으니 (그가 대통령이 되면) 정권 교체다’라고 말해 놀랐다”면서 “이는 국민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윤 후보에 대해서는 그의 역린이라고 할 수 있는 ‘박근혜 탄핵’을 꺼냈다.
그는 최근 출소한 박 전 대통령이 부당한 정치탄압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을 언급하며 “박근혜 씨가 국정농단 중범죄자인가 아니면 부당한 정치탄압인가”라고 물었다.
윤 후보는 “검사로서 제가 맡은 일을 한 것이고 거기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한다고 해도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하지. 그 이외에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직접 평가를 삼갔다.
심 후보가 ‘지금 대통령 후보께 묻는 것’이라고 재차 답변을 촉구하자 윤 후보는 “지금 제가 아무리 정치 발을 디뎠다고 해도 제가 처리한 사건과 관련해서 이러고 저러고 하는 정치적 평가는…”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심 후보는 “헌법재판소로부터 국민 신임을 배반한 중대한 법 위반으로 판정을 받았고, (윤 후보가) 직접 수사해 20년 실형을 받지 않았나”라며 “국민 눈치를 봐야지 박근혜씨 눈치를 보면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윤 후보는 “쩔쩔매는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이라도 중형을 받고 고생을…”이라며 다시 말을 줄였다.
◇캐스팅보드 쥔 안철수?…양당 후보 구애
1차 TV토론에서 국민연금 등 연금 개혁과 관련해 다른 세 후보들의 동의를 이끌어냈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정치보복 반대’ 제안을 했다. 이번에도 다른 세 후보 모두 ‘원칙적인 동의’를 했다.
안 후보는 “이재명 후보도 그랬듯 한국 정치에서 가장 큰 문제는 진영 문제”라며 “본인도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지만 그 부분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상대방에 대한 증오와 배제의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원칙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사회에서 절대로 지켜져야 한다”면서도 “정치보복에 대해서는 ‘다음 대통령을 누가 하더라도 해서는 안된다’는 신념이 있다”고 주장했다.
세 후보 모두 ‘정치 보복’에 대해 반대입장을 펼치자 안 후보는 ‘정치보복 대국민 선언’을 제안했다.
이에 이 후보는 “너무나 당연한 말”이라며 화답했다. 윤 후보는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 기본 원칙인데 그걸 선언까지 해야 하는지, 나쁠 것은 없겠지만 하여튼 너무 당연한 말”이라고 말했다.
전체적이 토론 분위기도 안철수 후보에 비교적 우호적이었다. 박빙의 지지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안 후보에 대한 직접 공격을 자제했다. 심상정 후보는 두 후보의 약점을 지적하는 데 바빴다.
실제 이 후보는 “민주당에 속해 있지만 거대 양당의 독점체제와 적대적 공생관계를 깨고 소수정당도 국민이 지지하는 만큼 의석을 갖게 해 주고 그만큼 국정 참여 기회도 반드시 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고, 심 후보께서 의총이라도 하라고 하셨는데 내일 모레라도 하겠다.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말씀드린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공수처와 관련해 안 후보와 한 목소리를 냈다.
안 후보는 윤 후보에게 “이것(공수처)도 권력의 사유화다. 만약 권한에 대한 축소 폐지는 지금 현재 거대 야당(민주당)의 승일을 받아야 하는 것인데, 공수처를 없앤다고 했을 때 복안이 있느냐”고 물었고, 윤 후보는 “정권이 바귀면 거대 야당도 공수처가 잘못하면 자신들을 공격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합당하게 개편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