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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24일 오후 한국방송학회가 목동 방송회관에서 개최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의 바람직한 정책 방향 모색’ 세미나에서 ‘변화하는 시대의 미디어 공공성 강화 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방송법으로 명문화 한 정의 조항이 없는 한 어떤 사업자가 공영방송인지, 또 공영방송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등을 투명하게 논의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준웅 교수는 “지금 공영방송이란 개념은 추구해야 하는 이념이나 목표를 주로 의미할 뿐, 현존하는 공영방송 사업자의 제도와 실천을 요약한 것이라 할 수 없다”며 “이념적인 공적 목적과 실존하는 공영방송 간의 간극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공영방송의 책임과 의무를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영방송 사업자의 의무 목록과 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해당 사업자가 정치적 논란의 주체가 된다거나, 상업적 활동을 한다거나, 선정적인 편성을 해도 무엇을 문제 삼아 규제할 수 있는지부터가 분명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공적 영역에 있는 사업자가 제공해야 할 ‘공적 역무’를 먼저 법 조항의 임무로 규정하고, 그 임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방송사들을 공영방송사로 규정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은 공영방송 제도의 발상지로 불리는 영국의 공영방송 제도와 유사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영국에서 공영방송이란 BBC를 비롯해서, ITV, STV, C4, C5, S4C 등 여러 사업자를 포함한다. 공적 지배구조를 갖춘 BBC뿐만 아니라 상업적 사업자도 공영방송이라 부르는 이유는 영국 매체법(Communication Act 2003)에 따라 규정한 각 방송사의 면허장에 방송사별로 차별적인 ‘공적 역무를 수행할 의무(public serviceremits)’가 제시돼 있기 때문이다. 법과 규정이 정한 의무에 따라 공적 역무를 수행하면 곧 공영방송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교수는 “오래된 규제체계가 유지되면 신규 사업자들이 혁신적 동의를 느낄 수 없다. 예컨대 공영방송 사업자가 외국 플랫폼 사업자와 결합해 글로벌 진출을 기획할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승인사업인지, 허가사업인지, 법에는 조항도 없는, (혼란스러운) 상태가 지속한 지 10년이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성공을 노리는 신규 매체 사업자를 격려하고, 사업자의 성공을 저울질하는 투자를 유도하고, 무엇보다도 매체 이용자의 후생을 높이기 위해서 도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오래된 ‘방송’법을 개선하는 방식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며 “새로운 매체 규제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