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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15년 만에 적자..손정의 야심작 '비전펀드'에 발목

방성훈 기자I 2020.04.14 16:21:38

비전펀드, 작년 6월 22조 이익→올해 3월 20조 적자
코로나19에 직격탄 맞아 오요·위워크 등 투자 실패
비전펀드 2호 출범에도 제동…투자금 조달 난항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적자(연간 기준)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으나, 비전펀드 1호의 대규모 적자로 인해 불과 1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드는 신세가 됐다.

14일 블룸버그통신과 니혼게이자이 등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그룹은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에 1조3500억엔(한화 약 15조24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조3539억엔(약 26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지 꼭 1년 만이다. 이같은 소식에 소프트뱅크 주가는 4.2% 하락했다.

영업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비전펀드 1호였다. 지난 2017년 설립한 10조엔(약 113조원) 규모 다국적 기술투자펀드 비전펀드 1호는 작년 6월까지만 해도 누적 투자 이익이 2조엔(약 22조6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말 1조엔으로 반토막 난 데 이어 올 3월에는 누적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올 3월 결산 실적에 비전펀드 1호의 투자손실 1조8000억엔(약 20조원)이 반영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비전펀드의 발목을 잡은 것은 코로나19다. 투자 대상을 잘못 고르기도 했지만 코로나19가 손해를 키웠다. 비전펀드 투자대상 중 하나인 인도 호텔체인 스타트업 오요는 한때 기업가치가 1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인정받으며 손 회장이 공개적으로 찬사를 보냈던 곳이지만, 지금은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또다른 투자기업인 위성통신 스타트업 원웹은 지난달 27일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WeWork)의 상장 실패 등도 고스란히 비전펀드의 투자 손실에 반영됐다.

저스틴 탱 유나이티드 퍼스트 파트너스 아시아 담당 리서치 국장은 “코로나19가 가면 갈수록 퍼펙트 스톰이 되고 있다”며 “문제는 앞으로 더 많은 충격이 올 것인지 여부”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비전펀드 2호의 출범은 사실상 보류됐다. 1호 펀드를 웃도는 12조엔(약 135조6300억원)의 투자금 확보를 목표로 삼았지만 위워크 상장이 무산된 뒤 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현재 목표치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은 지난달 투자 손실에 따른 대응으로 4조5000억엔(약 50조 8600억원) 규모의 소프트뱅크 그룹 자산을 매각해 자사주 매입과 부채 감축에 쓰겠다고 발표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25일 소프트뱅크 그룹의 신용등급을 ‘Ba1’에서 ‘Ba3’로 2단계 낮추는 한편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무디스는 “향후 위워크 등 투자 기업 신용등급이 크게 악화하거나 부채가 증가할 경우 추가로 신용 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이 그동안 쌓아 온 창업투자자로서의 명성에 흠집이 나게 됐다. 니혼게이자이는 “비전펀드의 높은 운용 실적을 기반으로 더 많은 투자금을 모아 사업 성장을 도모했던 그의 ‘선순환’ 경영 전략도 좌초 위기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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