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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업계는 최근 연매출 500억원을 초과하는 대형 가맹점에 카드 수수료율 인상 공문을 발송했다. 연매출 500억원을 초과하는 대형 가맹점은 약 2만3000여곳으로, 대형마트, 가전 양판점, TV홈쇼핑 등 대형 유통업계도 포함된다.
카드사들은 현행 1.8~1.9%인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을 0.2~0.3%포인트(p)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와 대형 유통업계의 수수료율 협상은 초반이지만, 벌써부터 무이자 할부 축소 등 마케팅을 줄이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수수료율 인상으로 비용이 증가해 재무구조가 더욱 취약해질 수 있어서다. 이마트의 작년 영업이익은 4893억원으로 전년대비 23.4% 감소했다.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가 부진에 빠지자 전체 실적이 고꾸라졌다.
TV홈쇼핑 업계는 송출수수료 인상으로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CJ ENM 오쇼핑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8% 감소한 1244억원에 그쳤다. GS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은 영업이익이 각각 1373억원, 1124억원으로 5%, 10.3% 줄었다. 가전양판점의 대표주자인 롯데하이마트의 작년 영업이익 역시 10.1% 감소한 1860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탓에 대형 유통업계는 카드사와의 공동 마케팅을 축소해 일부 소비자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올 초 신학기 프로모션에서 일부 카드사들이 대형 유통업계와의 공동 마케팅에 빠지면서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롯데카드는 일부 온라인쇼핑몰의 무이자 할부 혜택을 없앴고,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온라인 쇼핑몰 무이자 할부 기간을 6개월에서 5개월로 단축했다.
가전양판점 업계에서는 3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돌고 있다. TV, 냉장고 등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는 양판점에서 무이자 할부는 소비자를 유치하는 필수적인 마케팅 기법이다. 무이자 할부 마케팅이 월 부담액을 낮춰 고가의 대형 가전제품을 소비자가 구매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서다. 무이자 할부 혜택이 감소하면 월 부담 비용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구매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일방적으로 수수료율을 올리겠다고 공문을 보내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카드사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유통업계도 소비 감소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협상이 순탄치 않으리라고 보인다. 현 상황에서는 카드사와의 공동 마케팅 축소가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의 부담이 증가해 소비가 위축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