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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신화' 조성진 부회장, 세탁기 1등 DNA "모바일·전장으로"

김혜미 기자I 2016.12.01 16:17:54

금성사 기술직 평사원 입사 40년만에 LG전자 부회장 승진
36년간 세탁기 몸담아..DD모터 개발에서 트윈워시까지
스마트홈·AI 전담조직 구축..모바일·전장 등 성공 재현할까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미스터(Mr.) 세탁기’라는 별명으로 LG전자(066570)의 가전부문을 이끈 조성진 H&A(Home&Appliance)사업본부장이 또한번 학벌의 유리천장을 깼다. 고졸 출신의 기술직 평직원으로 입사해 부사장과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입사 40년 만에 4대 그룹 가운데서는 최초로 고졸 출신 부회장까지 올랐다.

조 부회장 승진자는 오는 1월1일부로 LG전자의 CEO(최고경영책임자)를 맡아 LG브랜드를 글로벌 1등 브랜드로 키워내는 소임을 담당하게 됐다.

도자기 장인으로 아들이 가업을 이어주길 원했던 부친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까스로 고교에 입학했던 조 부회장은 ‘세탁기 장인’의 길을 택했다. 1976년 서울 용산공고를 졸업하고 금성사에 입사해 2012년까지 36년간 세탁기 사업에 몸담았다. 고교 졸업 당시만해도 선풍기 사업이 큰 인기를 끄는 반면 세탁기 보급률은 0.1%도 안됐다. 하지만 세탁기가 빨래를 하는 동안 사람들이 미래를 위한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조 부회장은 LG전자의 자랑인 ‘DD(다이렉트 드라이브·Direct Drive) 모터’의 주역이다. 조 부회장이 입사했을 당시 세탁기는 일본에 대한 기술 의존도가 절대적이었고 핵심부품 국산화가 시급했다. 조 부회장은 세탁통과 모터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DD모터가 세탁 성능은 물론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한편 소음을 줄여줄 것으로 봤다.

그가 10여년 동안 150번 넘게 일본을 드나들며 밑바닥부터 기술을 배우고, 회사에 침대와 주방시설까지 마련해두고 밤샘작업을 거듭한 끝에 LG전자는 1998년 인버터 기술을 토대로 세계 최초 DD모터를 세탁기에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조 부회장은 최초의 듀얼 분사 스팀 드럼세탁기와 6가지 손빨래 동작을 구현한 6모션 세탁기, 세계 최초 상단 드럼세탁기와 하단 미니워시를 결합한 트윈워시 등 혁신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는 힘들게 개발해 낸 DD모터와 트윈워시 등의 역작을 자식처럼 여기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세탁기에 대한 높은 열정으로 지난 1998년과 2013년에 직접 TV광고 모델로 출연하기도 했다.

조성진 신임 LG전자 CEO(부회장). LG전자 제공
세탁기 사업에서 이뤄낸 1등 DNA는 지난 2013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에 오른 뒤 다른 생활가전제품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3년 출시한 얼음정수기 냉장고와 2015년 휘센 듀얼 에어컨, 트윈워시, 2016년 코드제로 핸디스틱 터보 물걸레,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 등 융복합 가전 등은 모두 그가 취임한 뒤 내놓은 역작들이다.

‘LG 시그니처(LG SIGNATURE)’와 빌트인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SIGNATURE KITCHEN SUITE)’ 등 프리미엄 브랜드 출범은 LG전자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이 되고 있다. 올해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은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등에서 역대 최고의 성과를 냈다.

현재 조 부회장은 스마트 가전에서부터 딥 러닝(Deep Learning), 지능화 등이 가능한 생활로봇까지 스마트홈 관련 조직을 대폭 키우고, 인공지능 개발 전담 조직을 구축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생활가전에서 쌓아 온 성공 신화를 모바일과 에너지, 자동차 부품 등에서도 재현한다는 계획이다.

조 부회장은 평소 자택과 집무실을 신제품 테스트 장소로 두고 시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제품 개발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항상 새 옷처럼 의류를 관리해주는 ‘스타일러’와 물걸레 키트에 보조 걸레를 달아 바닥의 찌든 때를 닦아내는 아이디어는 모두 그가 내놓은 것이다. 일년에 절반 이상을 경남 창원 공장에서 보내기도 한다.

조 부회장은 “새로운 신화의 중심에는 최고의 제품이 있다. 제조회사의 본질은 제품에 있으며 품질은 절대 타협할 수 없다”는 것을 평소 지론으로 두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치지 않는 도전정신과 열정, 제품에 대한 집념이 바로 조 부회장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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