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지 한달도 되지 않아 일부 내용이 수정됐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고 세 부담 상한을 150%에서 200%로 높이겠다고 정부가 발표했으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현행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29일 만이다.
게다가 민주당에선 추가로 더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판이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오기형 의원은 지난 2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부동산 세제에 대해 고위당정에서 김민석 대표가 얘기한 내용의 일부를 반영한 것으로 본다”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과 전문가 제안을 반영해 최종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추가 수정을 언급한 것이다.
참 이상하다. 일반적으로 정부여당은 한 목소리를 내기 마련이다. 정부와 여당이 늘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당정을 통해 정부의 안에 대해 여당의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된 안을 내놓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정책의 경우 선당정, 후발표로 일이 진행된다. 보통 ‘국회 논의 과정’이라고 하면 여야 협상을 뜻하는 것이지 당정을 얘기하는 것 아니다.
그런데 이번엔 반대다. 정부가 먼저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이에 대해 여당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왔고 이를 반영해 안 자체가 수정됐다. 야당은 나설 필요 없이 논평이나 하면서 불난 집 구경만 해도 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부동산세제 개편과 같은 민감하고 시장에 영향이 큰 안건을 이렇게 처리했냐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개편안을 발표하자 세부담이 커진 많은 비거주 1주택자들이 매매를 고민했다. 특히 가장 세부담이 큰 강남3구의 비거주 1주택자들이 가격을 낮춰 급매에 나서면서 강남3구 집값이 떨어졌다.
하지만 수정안이 발표되자 시장 분위기가 변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수정안에 따라 세부담이 줄어들자 매물을 거둬들이고 버티기 들어간 집주인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추가적인 부담 완화책까지 나온다고 하니 이같은 현상은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힘은 신뢰다. 정책이 발표되면 오랫동안 시행될 것이란 신뢰가 있어야 시장이 거기에 맞춰 움직인다. 이번처럼 한달도 안 돼 손바닥 뒤집 듯 정책을 뒤집어 버리면 시장은 정부를 믿지 못하게 된다. 떼 쓰면 바꿔준다는 생각을 심어준 것도 큰 문제다.
다주택자와 함께 비거주 1주택자에게 더 많은 세 부담을 지우는 것이 맞냐 틀리냐의 논쟁을 차치하고라도 이번 세제개편안의 일 처리 과정은 매우 안일했다.
과거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2년 교육부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을 발표해 큰 논란을 일으킨 일이 있었다. 이후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정 협의를 거친 정책들만 발표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고 한동안 당정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2년차 만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는 쓴맛을 보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 정책을 실패로 인한 것이란 평가가 많다. 출범 초기에는 작은 실수를 해도 용인됐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더욱 긴장의 고삐를 죄야 할 때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이제라도 선당정, 후발표 원칙을 세워야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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