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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한복판 '피싱 세탁소'…초호화 펜트하우스 누린 일당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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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지헌 기자I 2026.03.19 11:35:50

중랑서, 보이스피싱 결탁 자금세탁 조직 등 19명 검거
명동서 미신고 가상자산 업체 운영하며 환치기
금값 상승 노린 '귀금속 수입 가장' 신종 수법도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서울 명동 한복판 오피스텔에 간판도 없는 ‘비밀 세탁소’를 차려놓고 보이스피싱 범죄 수익금 수백억원을 가상자산과 귀금속으로 세탁해 해외로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부부와 친인척으로 구성된 가족형 조직으로 한강 변 100억대 아파트에 거주하며 호화 생활을 누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압수품 사진.(제공=중랑경찰서)
50일 잠복 끝 ‘명동 본거지’ 소탕

서울 중랑경찰서는 보이스피싱 범죄수익금을 가상자산으로 바꿔 해외로 송금한 자금세탁 조직 총책 A(46)씨 등 19명을 검거하고 이 중 4명을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현금 40억 5000만원과 골드바, 은(銀) 등 총 60억 원 상당의 범죄 수익을 압수했다.

이번 수사는 지난 1월 14일 “배달하는 물품이 마약으로 의심된다”는 한 시민의 112 신고에서 시작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해당 물품이 저금리 대환대출을 빙자한 보이스피싱 피해금 1000만원임을 확인하고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당일 서울 강남과 경기 광주시에서 2·3차 전달책을 검거한 뒤, 이들의 휴대전화 분석과 진술을 토대로 텔레그램을 통해 조직을 관리하던 총책과 자금관리책의 신원을 특정했다. 이어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3차 전달책으로부터 돈을 넘겨받은 환전책이 명동의 한 오피스텔로 들어가는 것을 포착했다.

해당 장소에서 약 50일간 잠복과 탐문을 지속한 경찰은 지난 11일 형사 강력팀 등 33명을 동원해 명동 소재 미신고 가상자산 업체 등 4개소를 동시다발적으로 습격했다. 박원식 중랑서 형사2과장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던 와중에도 5억원 상당의 현금 다발이 든 검은색 캐리어를 끌고 사무실을 찾아온 전달책이 있어 현장에서 즉시 체포했다”고 전했다.

가상자산 ‘테더’ 거쳐 ‘귀금속’으로

수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명동 중심가에 간판 없는 ‘미신고 가상자산 사업체’와 ‘환전소’를 운영해왔다. 수법은 치밀했다. 보이스피싱 수거책들이 가져온 현금을 가상자산인 ‘테더(USDT)’로 즉시 환전해 해외 범죄조직의 전자지갑으로 전송했다. 테더는 달러 가치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으로 가격 변동성이 적어 자금 세탁에 주로 이용된다.

특히 이들은 최근 금값 상승세를 노린 신종 ‘귀금속 환치기’ 수법도 동원했다. 해외 법인에서 가상자산을 헐값에 넘겨받은 뒤, 국내 법인이 귀금속을 수입하는 것처럼 가장해 대금을 치르고 이를 다시 금으로 바꿔 수출하는 방식이다. 경찰이 분석한 결과 이들이 최근 10일 동안 판매한 가상자산 규모만 253억원에 달하며, 한 달 거래액은 약 7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검거된 자금세탁 조직원 7명 중 5명은 부부와 남매 등 친인척 관계였다. 이들은 90년대 말 중국에서 건너와 귀화하거나 중국 국적을 유지한 채 결탁해 수사기관의 접근을 차단해왔다.

피해자들이 노후 자금과 전세 자금을 잃고 고통받는 사이, 이들은 범죄 수익으로 한강 뷰가 보이는 마포의 100억원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39층 펜트하우스에서 수십억 원 상당의 전세를 사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경찰은 이번 수사에서 1차 수거책부터 상위 환전소까지 단숨에 파헤치는 상향식 수사 성과를 강조했다. 박 과장은 “통상 수거책에서 수사가 끊기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당일 전달책들을 검거하고 3일 만에 명동 거점을 찾아내 50일간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외로 도피한 보이스피싱 총책에 대해 인터폴 국제 공조 수사를 진행 중이며, 가상자산 전자지갑 거래 내역을 정밀 분석해 추가 공범 검거와 범죄수익 환수에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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