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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관문 ‘美’ 넘기 위해..“미주 노선 이관 출혈 불사해야”

박민 기자I 2023.11.02 17:21:02

EC 통과후 美·日 승인만 남아
美, 한-미주노선 ‘독점’ 우려
최종 승인 획득까지 험로 예상
미국노선, 국내 LCC에 이관할듯

[이데일리 박민 김성진 기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와 합병을 위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14개 승인국가 중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심사도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본 경쟁당국은 타국 심사 추이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으로 큰 이견이 없어 사실상 마지막 관문은 미국 한 곳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미국 법무부(DOJ)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 중인 한국과 미주 노선간 독점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이에 따른 노선 이관 등 또 다시 출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일 대한항공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매각이 결정됨에 따라 유럽 노선 일부 이관 등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 곧바로 제출했다. EC의 승인 여부는 내년 1월에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남은 심사국인 미국와 일본 경쟁당국의 심사 통과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일본 경쟁당국과 협의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완료되는 대로 정식신고서를 제출해 내년 초에 심사를 종결할 목표를 갖고 있다”며 “미국과도 시정조치 방안 협의를 통한 경쟁제한(독점) 우려를 해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과 달리 미국 경쟁 당국의 심사에는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앞서 DOJ는 지난 5월 대한항공에 미주노선 경쟁 제한성(독점)을 우려해 합병 승인을 조건부로 거절하고 시정 조치안 마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DOJ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운항하는 미주노선 13개 중 샌프란시스코와 호놀룰루, 뉴욕, LA, 시애틀 등 5개 노선에서 독점 우려를 제기한바 있다.

현재 인천-샌프란시스코는 유나이티드항공, 인천-호놀룰루는 하와이안항공이 운항하지만 점유율이 20% 수준이다. 나머지 노선은 대한항공·아시아나·델타항공이 운항하는데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라는 강력한 동맹관계를 맺고 노선을 공유 중이다. 이에 미국 정부는 이들 항공사를 사실상 같은 회사로 보고 한-미주 노선에 독점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EU 심사 통과를 위해 유럽 노선 일부를 국내 저비용한공사(LCC)에 이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주노선 일부도 국내 업체에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군으로 꼽히는 곳이 에어프레미아다. 지난 2017년에 출범한 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 11월 국적 항공사로는 세 번째로 미국 노선에 취항해 현재 주 6회 인천과 LA(로스앤젤레스)를 운항 중이다. 또한 올해 5월부터는 뉴욕(뉴어크 리버티 공항)도 취항해 주 4회 운항을 하고 있으며 12월말부터는 부정기편으로 호놀룰루를 취항한다. 또한 내년에는 샌프란시스코로 노선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곳이다.

특히 문제는 DOJ가 심사 결론을 내기까지 지지부진한 시간 싸움을 벌인다거나 소송을 제기해 합병이 지연되면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하다. 실제로 지난 2019년 7월 아시아나 매각 공고 이후 4년이 넘는 합병 작업 동안 신규 투자나 신규 인원 충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시아나의 9월 국제선 수송 실적을 보면 78만 8000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9월 대비 28%나 하락했다. 합병과 무관하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아시아나를 따돌리기 직전일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EU와 미국, 일본 등 단 한곳의 경쟁당국과의 협상이 불발되면 합병은 무산된다”며 “미국의 경우 EU와 달리 협상기한을 정하지 않은 만큼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협상을 이어갈 수 있지만 심사가 길어질수록 아시아나를 비롯해 우리 항공 산업 발전도 후퇴할 수 있어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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