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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파운드리 '재도전'에 업계 술렁…"삼성, 공정·설계 극대화해야 "

신중섭 기자I 2021.03.24 17:12:36

인텔, 과거 실패한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
업계 "TSMC 등과 기술격차 커…좁히기 힘들어"
"기술개발·설계역량으로 선두 위협할 수도"
"삼성, 고객사와 경쟁하는 딜레마 해결해야"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현재 삼성·TSMC와 인텔의 공정 기술 격차는 2세대 이상 벌어져 있다.” “엔지니어 출신 새 CEO가 변화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세계 1위 종합반도체 기업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업계는 인텔이 과거 파운드리 사업 실패 경험이 있다는 점, 현재 삼성전자·TSMC와의 기술 격차가 꽤 벌어져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파운드리 시장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하지만 장기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존 업체의 강점인 ‘공정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고객과의 경쟁’과 같은 비즈니스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Intel(사진=AFP)
◇“기술격차 커 …좁히기 힘들 것”

24일 업계에 따르면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3일(현지시간)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200억달러(약 22조60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추가 건설하고 파운드리 사업에 새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인텔의 계획이 발표되자 TSMC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업계 전문가들은 인텔의 새 공장 두 곳이 2024년에나 완공될 예정인 만큼 현재 상황에서 시장 판도 변화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TSMC·삼성과 인텔 간 공정 기술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는 상황인 만큼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인텔의 반도체 공정기술은 14나노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TSMC는 현재 5나노 양산을 넘어 3나노 개발까지 하고 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인텔은 이미 지난 2016년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했으나 7나노 공정 실패 등으로 철수 경험이 있다”며 “2024년쯤엔 삼성·TSMC는 3나노 공정을 하게 될텐데 지금 기준만으로도 기술격차가 최소 두 세대는 벌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1위’보단 ‘생존’ 위한 선택으로 보여

이러한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 다시 진출한 것은 업계 1위를 차지하려기보단 ‘생존’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규모만 봐도 알 수 있다. TSMC의 경우 올해만 280억달러(약 31조원)를 쏟기로 했는데, 인텔이 이날 발표한 투자규모는 이보다 적은 22조원가량에 불과하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은 “기존에는 본인들의 공장에서 본인들만의 공정으로 제품을 생산해 많은 수익을 챙겼다”면서 “하지만 점점 삼성·TSMC가 커지다보니, 향후 수익구조를 생각했을 때 경쟁에서 조금 밀리더라도 생존을 위해 일단 파운드리에 진출 하자는 결론에 다다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 입장에선 파운드리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TSMC 의존도가 너무 높으니 인텔 등 다른 반도체 업체가 파운드리에 진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인텔, 공정기술 개발·설계역량 극대화로 점유율 확대”

다만 기존 업체들도 경계심을 늦춰선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이승우 연구원은 “TSMC가 거의 독점 했던 첨단파운드리 분야에서 상당한 경쟁자가 생겼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론 악재라고 볼 수 있다”며 “아마존·구글·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에 최적화된 칩을 자체 설계할 가능성이 높아 이러한 분야에서 인텔이 협력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공정기술력도 현재는 부족하지만 새로운 CEO인 팻 겔싱어가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점이 변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단기적으론 큰 변화가 없을진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설계 능력이라는 인텔만의 경쟁력을 더해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종호 소장은 “기존업체들은 경쟁자가 늘어난 만큼 긴장해야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인텔 입장에선 부족한 공정 기술을 자신들의 강점인 설계 능력 등으로 메꾸면서 몸집을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기존 업체들은 기존 강점인 ‘공정기술’에 박차를 가할 뿐 아니라 현재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들도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을 분사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해 외부 투자금을 유치하고 애플·퀄컴 등 ‘고객과의 경쟁’을 벌여야 하는 현재의 비즈니스 딜레마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소장도 “기존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앞서있는 ‘공정 기술’을 더욱 극대화해야 할 것”이라며 “공정뿐 아니라 설계능력 또한 더욱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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