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방송법’에 걸려 헛바퀴도는 4월 임시국회

임현영 기자I 2018.04.05 17:11:45

5일 4월 임시국회 나흘째 헛바퀴
한국-바른미래 '방송법' 처리 협조요구
민주 "일단 상임위 복귀..와서 논의하자"

국회 본회의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4월 임시국회가 ‘방송법 개정안’ 암초를 만나 멈춰섰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은 방송법 개정안 처리 없이는 모든 국회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며 으름장을 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방송법을 처리하면 ‘공수처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법)’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맞서는 등 여야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형국이다.

표면적으로는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싼 줄다리기로 보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여야가 4월 임시국회 주도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한국당·바른미래당은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요구하며 국회 모든 상임위원회 일정에 불참했다. 이날 예정된 기획재정위원회·농해수위 등 소위원회가 줄줄이 취소됐다. 4월 임시국회가 문을 연 첫날(2일)부터 벌써 사흘째 ‘개점휴업’ 상태다.

쟁점은 지난 2016년 7월 민주당이 야당일 당시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의원들과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이다. 13명의 공영방송 이사를 여당이 7명·야당이 6명을 추천하고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사장을 임명하는 ‘특별다수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공영방송 이사 임명에 여당 입김이 작용한다는 문제점을 반영, 개정안에서는 여야가 합의한 인물을 임명하자는 취지가 담겼다. 당시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방송장악을 막아야 한다며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공수가 바뀐 후로는 여당의 소극적인 태도와 과방위의 잦은 파행 등으로 번번히 처리되지 못했다.

보수진영은 ‘민주당이 스스로 발의한 법안을 막아서고 있다’는 논리로 여당을 공격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화장실 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냐”고 쏘아붙였다. 바른미래당은 릴레이 농성까지 나서며 거세게 반발했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공영방송에 대한 지배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근시안적 정권들이 한국을 아주 후진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일침했다.

하지만 민주당도 강경한 입장이다. 오히려 “말바꾼 적이 없다. 일단 상임위서 심사부터 제대로 하자”며 ‘강대강’으로 맞받아쳤다. 원내로 돌아와 우선 상임위 심사부터 하자는 것이다. 방송법 처리할 경우 공수처법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논리도 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발의한 방송법을 부정하거나 말 바꾸기를 한 적이 없다”며 “한국당이 과방위에서 생떼를 부리느라 제대로된 심사를 한번도 못했다. 그래서 과방위 소위심사부터 하자는 것인데 무조건 처리한다는 약속부터 하라는 것은 앞뒤가 한참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방송법 개정안 처리가 늦어진 책임을 한국당에게 돌리며 맞선 것이다.

결국 여야가 방송법을 핑계로 4월 임시국회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당장 추가경정예산, 대통령 개헌안 등 굵직한 현안을 앞두고 야당이 방송법 카드를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당 역시 기싸움에 밀리지 않고자 ‘강대강’으로 맞서는 모양새다. 그러나 최저임금 산입범위 등 민생현안 논의마저 늦어지는 등 정쟁에 민생이 희생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