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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정진석 원내대표가 주도한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의 인선안이 찬반 여부를 가리기도 전에 휴짓조각이 됐다. 급기야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던 김용태 의원은 사퇴입장을 밝혔다. 혁신위원장에 내정된 지 이틀만이다. 새누리당이 계파간 내홍으로 수습 불가의 후폭풍에 휩싸이면서 친박 vs 비박간 극적인 타협 없이는 결국 당이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전국위 무산에 김용태 혁신위원장 사퇴
김 의원은 17일 전국위 무산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 같은 사람에게 세 번 국회의원이 되는 기회를 주신 국민과 당원에 죽을 죄를 지었다”며 “혁신위원장 직을 사퇴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이틀간 새누리당은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마지막 기회를 가졌다”면서 “그러나 오늘 새누리당에서 정당 민주주의는 죽었다.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마지막 기회를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에게 무릎을 꿇을지 언정 그들에게 무릎을 꿇을 수 없다”며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당초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1시20분부터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를 차례대로 열고 △비대위원장 선출 △혁신위 독립성 보장을 위한 당헌개정안 의결 △비상대책위원 의결 △혁신위원장 선출의 건 등을 추인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불참하자 의결정족수는 물론 정원조차 채우지 못했고 결국 공식적으로 해산 선언을 했다. 친박계는 그동안 정 원내대표가 임명한 비대위원·혁신위원장에 ‘비박일색’이라며 집단 반발했다.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전국위 회의장에서 “이런 산회보고를 드릴 수밖에 없어 저도 한스럽다”며 “성원이 되지 않아서 회의를 이루지 못하는 이 참담한 오늘의 현실을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다”고 했다.
◇‘친박기획설’에 “패거리 집단” 맹비난
일각에선 친박계가 이 같은 무산 계획을 대대적으로 기획했다는 말도 나돌았다.
정 원내대표 측에선 “친박의 자폭테러로 새누리당이 공중 분해됐다”고 했다. 정두언 의원은 회의장을 중간에 빠져나오며 “이건 정당이 아닌 패거리 집단”이라며 “당 존립의 문제”라고 맹비난했다. 김성태 의원도 “정말 새누리당이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며 “지금 어디서부터 이 상황을 수습해야 할 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운천 의원도 “확실한지 알 수 없으니까 (기획설에) 대해선 추정할 수 없다”며 “다만 이 상황에 대해서 국민께 죄송스럽다. 어떻게든 수습해서 불편한 마음을 편하게 해 드려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하태경 의원은 지도부의 관리 부실 탓으로 돌렸다. 그는 “어떤 조직적 반대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일이 있더라도 충분히 지도부에서 노력했으면 성원을 채웠을 수 있었다고 본다”며 “가장 큰 문제는 당 지도부가 너무 안이하게 오늘의 회의를 대처한 것 같다”고 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 사퇴설도
상황이 이렇자 사실상 비대위와 혁신위 출범이 무산되면서 당 쇄신은커녕 일반적인 당업무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사퇴설이 나오면서 최악의 경우 지도부가 와해될 가능성도 있다.
김정훈 의원은 “성원이 안 되면 혁신위의 당헌당규 개정은 못 하지만 전국위에서 비대위를 제외한 비대위원장은 선출할 수 있다”며 “그러나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도 안 맡겠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비대위는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지원하는 ‘관리형’으로 현 상황이 계속되면 오는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 역시 연기가 불가피하다.
한편 이날 의결 예정이었던 당헌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혁신위 독립성 보장 및 권한 명문화 △혁신위 제출 당헌당규 개정안 전국위서 심의·의결 △혁신위 제출 법안, 의총 없이 곧바로 당론 채택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