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만에 최고로 뛴 달러값…원·달러환율은 왜 덜 오를까

이윤화 기자I 2021.11.17 17:11:08

달러인덱스 96선 넘어…작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
인플레 장기화 우려와 조기 통화긴축 전망 맞물린 탓
`환율 더 뛴다` 달러예금 늘고 수출 네고 경계감 작용
원달러환율 1170~1180원 초중반…"안정적 흐름 지속"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미국 달러화 가치가 지난해 7월 이후 1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지만, 우리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면서 원·달러 환율 상단이 1180원대 초중반에서 제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앞으로 달러 가치가 더 오를 것이란 기대에 기업들이 달러화 예금을 쌓아두고 있는데다, 수출업체 네고(달러 매도) 물량 경계감이 연말로 갈수록 커지면서 환율 상승을 억누를 재료가 많은 만큼 당분간 환율 오름세는 가파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통화 긴축 우려에 달러인덱스 96선 상승

1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179.90원) 대비 2.60원 가량 상승한 1182.50원을 기록, 1180원대 초반에서 마감했다. 전일에 이어 이틀째 오르면서 나흘 만에 1180원대로 복귀하긴 했으나 달러인덱스 상승폭에 비하면 환율 오름폭은 그리 높지 않았다.

특히 이날은 삼성전자의 배당금 지급일이어서 11억달러(1조3000억원) 수준의 외국인 배당금 역송금 경계,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이 나오면서 장중 상승폭을 축소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7월 팬데믹 여파로 환율이 1200원 이상 오르던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17일(현지시간) 오전 1시 40분 기준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0.09포인트 오른 96.01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17일 95.94 이후 최고 수준이다. 11월 이후만 놓고 봐도 달러인덱스가 2.3% 오를 동안 원·달러 환율은 0.5% 상승에 그쳤다.

달러인덱스가 오른 이유는 공급망 병목 현상, 국제유가·원자재 가격 상승에 더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 소비까지 살아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장기화와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정상화 시일 단축 우려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어서다. 최근 공개된 10월 미국 소매판매 지표도 전월 대비 1.7% 상승해 9월(0.7%)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1.5%)를 모두 웃돌자, 경기 개선 기대와 통화정책 정상화 및 인플레이션 우려가 뒤섞여 달러화를 밀어 올렸다.

사진=CNBC캡쳐


해외 투자은행(IB)들 사이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단기적일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더 길어질 것이란 구체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UBS그룹과 DBS그룹은 인플레이션이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악셀 베버 USB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블룸버그뉴스 경제포럼에 참석해 “앞으로 최장 3년까지 글로벌 인플레이션 수준이 높게 유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화 가치 낙폭 크지 않아…내년 1분기까지 달러 하락 재료 우세

그러나 같은 기간 환율은 1170원대 후반~1180원대 초중반에서 등락하며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 글로벌 달러 강세 국면임에도 원화 가치하락이 그리 크지 않은데는 국내 수급 측면의 경계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단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10월 거주자 외화예금은 전월 대비 65억7000만달러 증가한 107억7000만달러를 기록해 사상 첫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증가폭 기준으로도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컸는데 달러화 예금 증가분이두드러졌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나 경기가 살아나면서 우리 수출 기업들의 호(好)실적에 해외로부터 벌어들인 달러는 늘었지만,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기업들이 달러를 쥐고 있고 아직 풀어 놓지 않았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들이 환율이 더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현물환 매도 시기를 보면서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11월 이후 원·달러 환율 추이. (자료=마켓포인트)


여기에 더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를 시작했으나, 이에 앞서 영연방 국가들의 금리 인상 시기가 빠를 것으로 보여 달러인덱스 레벨도 낮아질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내년 1분기까지는 환율이 1150원 수준까지도 밀릴 수 있다고 보면서 내년 환율 흐름을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전망했다. 연준이 테이퍼링을 끝마치고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전까지는 환율 하락 재료가 더 많단 뜻이다.

민경원 연구원은 “연준이 통화정책 조기 정상화할 것을 우려해 달러인덱스가 급등했는데 고용지표가 좋았던 영란은행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올릴 것 같고, 캐나다나 네덜란드 중앙은행도 더 매파적인 스탠스임을 감안하면 달러인덱스는 다시 하락할 공산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어 “미 연준이 테이퍼링을 시작한 지 두 달만인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시장을 흔들만 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내년 3월 이후가 되어야 매파적으로 돌아설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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