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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 '바이오 올인' CJ제일제당, 글로벌 도약 시동

김연지 기자I 2021.11.09 22:10:53

천랩 이어 CDMO 기업까지…신약 개발 역량 확보
업계 "기업가치 향상에 의미…성과는 나중 문제"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CJ제일제당(097950)이 ‘레드바이오’ 힘주기에 나섰다. 지난 7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기업 ‘천랩’에 이어 약 5개월만에 네덜란드의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까지 품으면서다. 레드바이오란 건강과 관련된 의학·의료 분야의 바이오사업을 일컫는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등이 의약품 CDMO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가운데 CJ제일제당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견줄 수 있을지 관심이 고조된다.

◇ 바이오 역량 강화나선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지난 8일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바이오 CDMO 기업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 지분 76%를 2677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지난 7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차세대 신약개발 역량 확보 차원에서 ‘천랩’을 인수한 지 불과 5개월 만이다.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는 얀센 백신의 연구·개발·생산을 맡았던 주요 경영진이 2010년 설립한 회사다. 바이러스 백신 및 벡터 제조기술을 가지고 있다. 네덜란드 레이던에는 본사뿐 아니라 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시설도 따로 마련돼 있다.

CJ제일제당의 이번 행보는 CJ그룹이 최근 4대 성장 비전(문화·플랫폼·웰니스·지속가능성)을 발표한 직후 이뤄진 것이다. 이재현 CJ 회장은 4개 분야에 1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웰니스는 차세대 치료제 중심의 레드바이오를 확장해 개인맞춤형 토탈 건강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실제 이번 인수로 CJ제일제당은 세포 유전자 치료제,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등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 원료와 임상시험용 시료, 상업용 의약품을 생산하는 유전자치료제 CDMO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차세대 바이오 CDMO 시장은 연평균 25%씩 성장 중이며, 이르면 2030년까지 16조~1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점쳐질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

◇ 업계 “기업가치 향상 기대…성과는 시간 소요”

금융투자 및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로 CJ제일제당의 중장기적 기업가치가 대폭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인수는 CJ그룹의 4대 성장 축 발표의 연장 선상”이라며 “이러한 적극적인 투자 행보는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확대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 입지 확대 및 원가 경쟁력 확보로 높아진 수익성에 대한 지속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핵심 사업부의 이익 체력도 확인됐다”고 했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도원은 “CJ제일제당의 바이오 부문이 3분기 외부 환경 부담에도 시장 지배력과 영업 전략으로 분기 매출 1조원을 처음으로 넘긴 상태”라며 “회사는 CDMO 사업 확대와 백신사업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내면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레드바이오 부문에서 성과를 내기까지는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제약·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CDMO 영역을 선점해 세계로 나아가는 상황”이라며 “성장 엔진 확보 차원에서 CJ제일제당의 바타비아 인수는 분명 의미 있는 행보지만, 빠르게 몸집을 불리는 기존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하기까지는 막대한 시간과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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