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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회장 인사 건너뛴 정의선‥오너책임경영·무한경쟁 예고

송승현 기자I 2020.12.15 17:11:30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고문 임명
2018년부터 부회장단 축소 흐름‥"이번도 다르지 않아"
정몽구 명예회장 건재‥정의선 색깔 부각 `부담감` 시각도

김용환(왼쪽) 현대제철 부회장,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사진=현대차그룹)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번 임원 인사에서 기존 부회장 라인을 고문에 임명하면서도 새로운 부회장을 선임하지 않았다. 비교적 젊은 정의선 회장이 그룹 경영을 책임지고 총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사장단 폭을 넓혀 부회장 승진을 위한 ‘무한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도 옅보인다.

현대차그룹은 15일 ‘2020년 하반기 임원 인사’를 내면서 기존 김용환 현대제철(004020) 부회장과 정진행 현대건설(000720) 부회장을 각각 고문에 임명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 내 부회장은 윤여철 현대자동차(005380) 노무총괄 부회장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만이 남게 됐다.

김용환 부회장과 정진행 부회장은 정몽구 명예회장을 보좌했던 측근들로 이들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면서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체제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정비에 나선 모양이다. 곧바로 정 회장의 측근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정 회장 체제를 공고히 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날 인사에서 부회장 인사는 단행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애초 연말 인사는 부사장 이하 임원들에 대한 인사가 주된 사안”이라며 “부회장 인사는 수시 인사로 필요 시 언제든 다시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부회장 인사가 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재계에서는 정 회장의 그룹 내 비중이 확대되면서 부회장단 규모를 지속적으로 축소해 온 것과 다르지 않은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정 회장이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던 지난 2018년 9월 그룹 내 부회장은 김용환 현대·기아차 기획조정실·비서실 담당 부회장, 양웅철 현대·기아차 연구개발 담당 부회장,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윤여철 부회장, 정태영 부회장 등 6명이었다.

정 회장은 곧장 그 해 연말 인사에서 양웅철 부회장과 권문식 부회장을 각각 고문으로 임명하며 부회장단을 축소했다. 대신 정진행 현대차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현대건설로 이동시켰다. 김용환 부회장도 현대제철로 이동하면서 핵심 요직에서는 한발 물러나게 됐다. 이어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도 부회장 인사는 단행하지 않고, 우유철 현대로템(064350) 부회장이 전격 퇴임하면서 부회장단 규모를 줄였다.

이날 인사로 전문경영인 중 유일하게 남은 윤여철 부회장은 현대차 노조 2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라는 공을 세우면서 아직 노무에서는 ‘대안이 없다’는 평가로 자리를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 부회장 역시 내년에 노무 관련 업무를 후임자에게 넘겨주고 자리를 양보할 것이란 평가가 우세해 당분간 부회장단 규모 축소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 회장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벌써부터 2인자를 키우기 보단 사장들과 함께 직접 그룹 경영을 챙김으로써 책임경영을 강조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외에도 정 회장이 사장 승진 인사를 통해 기존 사장단들과의 경쟁을 유도해 미래사업 개척과 회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복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회장에 취임하지 얼마 안된 정 회장이 바로 부회장 인사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당분간 정 회장이 사장들을 통해 그룹내 모든 사안을 챙기며 장악력을 높인 뒤 부회장 인사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문화 쇄신을 위해 기존의 부회장단을 두지 않고 경영을 할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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