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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스포츠 현장과 달리 우리 정치권은 아무리 심한 반칙을 해도 반성이 없다.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강기정 정무수석비서관은 야당 국회의원을 향해 “우기다가 뭐냐고. 내가 증인이야!”라고 소리를 쳤다. 강 수석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어거지로 우기지 마십시오”라고 한 말에 반발해 반말·고성·삿대질 공세를 가했다.
강 수석이 본인을 향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과정도 아닌 상황에서 한 행동은 축구로 비유하면 공과 관계없는 태클을 한 셈이다. 피감기관 증인이 국민을 대표해 국정감사를 진행 중인 입법부에게 보인 태도인 점을 고려하면 과도한 백태클이었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축구와 여야 관계 모두 거친 공방이 오가다 보면 자칫 양상이 과열될 수도 있고 거친 태클도 나올 수 있다.
문제는 태클 자체보다 이후 태도다. 야당은 강 수석의 언행에 격하게 항의하며 청와대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여당 내부에서도 강 수석이 부적절하게 행동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는 아직까지 입을 닫은 채 요지부동이다. 이 때문에 정기국회 관련 여야 협상이 꽉 막혀 있어도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 정도 상황이면 청와대가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내놓는 게 마땅하다.
물론 앞서 언급한 전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는 손흥민이 그동안 경기장에서 보여 온 신사적인 행동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야권이 운영위가 끝난 뒤에도 나흘째 공세를 취하는 건 그동안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이 보인 고압적인 태도에 쌓일 만큼 쌓인 탓도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노영민 비서실장의 2기 체제로 개편되고 난 뒤 운영위에서 “정론관 가서 말씀하시라”(노영민 비서실장)·“의원님이 저를 무시한다”(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대야(對野) 공세 발언들을 쏟아냈다.
운영위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대 라이벌인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엘클라시코’ 경기처럼 늘 여야 간 건곤일척(乾坤一擲) 대결이 벌어지는 상임위다. 하지만 경기 이후에도 후유증이 이어진다면 결국 꼬인 실타래는 백태클을 한쪽이 먼저 나서서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