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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安 어색한 만남
야권이 분열된 채로 총선을 치른 뒤 한 곳에서 총집결한 만큼 추도식장 곳곳에서 어색한 만남이 연출됐다. 야권의 대표적 잠룡인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는 의전 서열에 따라 바로 옆 자리에 나란히 자리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5·18 기념식때 광주에서 만난 이후 석달 만이다.
입장 이후 자리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사실상 선문답에 가까운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문 전 대표가 “미국에 잘 다녀오셨냐. 시차적응은 힘들지 않았느냐”고 묻자 안 전 대표는 “시차적응하느라고, 이제 이틀 됐다. 네팔은 다녀오실때 힘들지 않았느냐”고 했다. 문 전 대표가 “그래도 (저는) 하룻밤 자고 새벽녘에 왔다. 카트만두까지 직항로도 생겼다”고 말하자 안 전 대표가 “거기랑 왕래가 많나보다”라고 답한 뒤 이후 일절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러나 추도식 이후 두 사람은 경쟁적으로 ‘DJ 정신 계승’을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국민들을 니편내편으로 나누는, 가르는 편가르기 정치가 우리나라 멍들게 하고 국민들에게 절망을 주고 있다”며 “이럴 때 김대중 대통령이 했던 통합의 정치, 그 정신을 다시 간절하게 그리워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유지가 야권 통합을 통한 정권 교체임을 상기시키자 “지난번 총선 과정에서 야권이 서로 경쟁했지만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 위해서는 다들 뜻을 함께 하게 되리라고 믿는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안 전 대표 역시 “남북관계 그리고 외교문제, 경제문제, 사회문제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난국이다. 이럴 때 김대중 대통령의 혜안이 그립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문 전 대표가 전한 ‘야권 통합’ 메시지에 대해서는 안 전 대표는 화답하지 않고 퇴장했다.
◇야권 총집결..DJ 정신 계승
추도식이 열린 현충원 내 현충관에는 더민주와 국민의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400여명이 참석했다. 더민주에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및 우상호 원내대표를 필두로 문재인 전 대표, 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 등 참여정부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민의당에서도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천정배 전 상임대와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대거 얼굴을 비췄다.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과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도 자리했다. 청와대를 대표해서는 김재원 정무수석이 참석했고 새누리당에서도 호남 출신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추도식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해 20대 국회에서 국회의장에 오른 정세균 의장이 대표로 추도사를 낭독했다. 정 의장은 “철학적으로는 ‘행동하는 양심’을, 정치적으로 ‘통합의 정신’을, 정책적으로는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평화의 ‘3대 위기’ 극복을 유지로 남겼다”며 “대통령님의 정신을 계승하고 세 가지 유지를 실천하는 것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라고 말했다.
유족 대표로 인사말을 한 김홍업 전 의원은 “찾아주신 모든 분들, 꾸준히 아버님의 묘소를 방문하는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아버님이 돌아가신지 7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 분을 그리워하는 모든 분들께 감사말씀을 드린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날 행사장에는 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희호 여사는 현철씨에게는 “내가 몸이 좋지 못한데 오늘 찾아와줘 고맙다”고 했고 건호씨에게는 “어머님께 안부 전해달라. 내가 몸이 좋지 못해 찾아뵙지 못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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