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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방학분산제’ 도입..맞벌이 부부 어쩌나

조용석 기자I 2014.12.11 19:54:21

학부모는 반대·교사는 찬성·학생은 찬반 엇갈려
맞벌이 부부 "아이만 쉬면 돌볼 사람 없어"
고3 가을방학 학습 패턴 무너트려 수능 악영향
"사계절 방학 늘어나면.. 사교육도 늘어난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경기도교육청이 9시 등교제에 이어 두번째 교육 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내년부터 ‘방학 분산제’를 도입한다. 봄·여름에 재량 휴일과 주말을 더해 짧은 방학을 만들어 아이들의 현장 체험 기회를 확충하고, 자유롭게 쉴 수 있는 시간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물론 아이들조차 찬반 의견이 반반으로 나뉠 정도로 반응이 부정적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들은 방학이 늘어나는 만큼 아이들이 혼자 있어야 할 시간도 늘어난다며 맞벌이 부부들을 위한 배려가 배제된 정책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 방학 늘면 사교육도 늘어

‘사계절 방학’이라고도 불리는 방학 분산제는 9시 등교제와 함께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의 주요 공약 중 하나다.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도내 초·중·고에 공문을 보내 2015학년도부터 방학 분산제를 실시한다고 공지했다.

현행 방학은 3번(여름·겨울·학기말)이다. 7월 25일께부터 약 한 달간 여름방학, 12월 25일께부터 약 40일간의 겨울방학, 그리고 2월 중순께부터 새학기 전까지 보름간 학기말 방학이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기존 3번의 방학에 봄(5월)과 가을(10월) 방학을 추가했다. 학교장 재량으로 수업을 쉬는 재량휴업과 주말을 더해 최단 4일에서 최장 10일까지다. 이렇게 되면 방학이 종전 3차례에서 5차례로 늘어난다.

경기도교육연구원 교육통계센터가 지난달 학생·학부모·교사 9만248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52.7%가 반대했고, 학생은 찬성과 반대가 각각 50.1%와 49.9%로 팽팽히 맞섰다. 교사들은 찬성이 59.7%로 더 많았다.

학생들은 방학이 늘어나면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학원 수업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A여고 교감은 “방학이라고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놀게 두지 않을 것”이라며 “방학 특별과외 같은 사교육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 맞벌이 부부 “아이만 쉬면 무슨 소용”

도교육청 홈페이지에는 방학 분산제 도입에 대한 학부모의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맞벌이 부모들의 반발이 크다.

맞벌이 부부인 이모씨는 “학교도 쉬고 회사도 함께 쉰다면 (방학 분산제로)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많겠지만 맞벌이 부부는 그렇지 못하다”며 “봄·가을 방학을 집에서 보낼 우리 아이는 엄마와 보내는 친구들을 보면서 마음의 병을 앓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문조사에서도 외벌이인 경우에는 사계절 방학에 찬성하는 비율이 51.7%로 더 많았으나 맞벌이 부부는 반대 비율이 57.4%나 됐다. 아울러 자녀 수가 1명인 경우에는 찬성(50.6%)이 많지만, 2명 이상이면 반대(54.7%)가 더 많았다.

짧은 봄·가을 방학이 오히려 아이들의 학습 태도나 생활습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학부모 문모씨는 “짧은 방학은 체험학습 같은 과외활동을 하기엔 부족하고 보충학습을 하기에도 애매한 기간”이라고 말했다.

방학분산제에 대한 경기도 학생·학부모·교사의 찬반 의견. 이 조사는 지난 10월21일부터 11월3일까지 도내 학생·학부모·교사 9만248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자료: 경기도교육연구원 교육통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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