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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보고받은 ‘친족간 혼인의 금지 범위 및 그 효력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는 혼인 금지 범위를 현재보다 크게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현행 8촌 이내 혈족에서 4촌 이내 혈족으로 근친혼 범위가 축소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법률이 개정될 경우 5촌이나 6촌과는 혼인이 가능해진다. 다만 한국 특유의 가족관과 사회질서 유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법무부의 이 같은 논의는 2016년 미국에서 귀국한 A씨와 B씨가 혼인신고를 하며 시작됐다. B씨가 자신이 A씨와 6촌 관계라고 주장하며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 재판부가 혼인 무효 판결을 내리자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A씨가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에서는 8촌 이내 혈족 간 혼인을 제한하는 민법 809조 1항에 대해서 재판관 5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이 조항을 어기고 한 결혼을 무효로 보는 809조 2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처음부터 가족 관계인 것을 알면서도 결혼했다면 혼인이 무효지만, A씨와 B씨의 경우처럼 6촌 사이인 것을 모른 채로 결혼한 경우는 무효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법무부가 수십 년간 유지돼 온 근친혼에 대한 기준 재정립을 모색하는 데는 최근 핵가족화가 진행되며 가족에 대한 사회 인식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근친혼을 강하게 규제하지 않는다는 점도 배경 중 하나로 작용했다. 독일과 영국 등 유럽 국가는 인척간 혼인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 일본·중국·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은 다소 제한이 있지만 대부분 3~4촌 이내나 방계혈족 등 범위가 좁다.
다만 결혼문화에 대한 급진적 변화가 가족 해체와 도덕성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한국에서 오랫동안 통념으로 받아들여온 근친혼 기준을 성급하게 바꿔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