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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국회 문턱을 넘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초 민주당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5% 넘게 하락하면 매입을 의무화하도록 추진했으나, 여야 입장 차에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기반해 수정안이 마련됐다.
한 총리는 “정부는 차마 실패가 예정된 길로 갈 수 없다”며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 상세히 짚었다. △시장의 수급조절 기능 마비 △미래 농업 투자 재원 소진 △식량 안보 약화 등이다. 또 2011년 태국의 가격개입 정책을 농산물 수급에 대한 과도한 국가개입의 실패 사례로 들며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포퓰리즘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법안을 강행 처리한 민주당을 향해서는 유감도 표명했다. 그는 “문제점, 부작용이 많다며 법안 처리를 재고해주십사 간곡히 요청했지만 국회에서 일방 처리됐다는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행정부의 재의 요구는 올바른 국정을 위해 헌법이 보장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그간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힌 정부는 민주당이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이후 대통령의 거부권을 언급해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7일 한 총리와의 정례 주례회동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해 “긴밀한 당정협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날 당정협의를 거쳐 한 총리가 직접 대국민 담화문까지 발표하면서 윤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권 행사 수순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내달 4일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에 대한 거부권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윤 정부가 출범한 이래 첫 사용이고, 2016년 5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상시 청문회 개최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약 7년 만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 법안을 다시 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169석인 민주당의 의석수를 감안해도 요건을 충족하기는 부족해 개정안을 다시 통과시키는 건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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