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공룡 안돼"…쓴소리 남기고 떠나는 김정태 회장

박철근 기자I 2022.02.09 17:07:04

1992년 하나은행 출범과 함께 하나금융 역사 써
4연임 통해 금융지주 최장수 회장으로 남아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영업통’, ‘최장수 금융지주 회장’.

김정태(70·사진)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일컫는 또 다른 말이다. 김 회장은 다음달 말 임기종료와 함께 네 차례의 연임을 통해 10년간 이끌었던 하나금융그룹을 떠난다.

김 회장은 1981년 서울은행에 입사하면서 금융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신한은행을 거쳐 1992년 하나은행이 출범하면서부터 하나금융과 30년간 인연을 맺었다. 금융지주 회장을 4연임 하는 과정에서 연임 논란도 있었지만 2012년부터 회장으로 재직한 10년간 굵직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우선 지난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꼽을 수 있다. 두 은행의 합병을 통해 하나은행이 외환업무에 특화한 강점을 갖게 됐고 외형도 성장시킬 수 있었다.

특히 차기 회장후보로 최종 선정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086790) 부회장이 통합 하나은행의 초대 행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나금융그룹 역사에 있어서 두 은행의 합병은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실제로 통합 하나은행 출범 이후 하나금융그룹의 당기순이익은 9097억원에서 지난해 3조3644억원(증권가 추정치)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김 회장은 이후 그룹의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매진했다.

지난 2014년 개최한 비전 선포식에서 ‘2025년까지 비은행 이익 비중 30%, 해외 이익비중 40%’라는 청사진을 공개하고 비은행, 해외사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한 뒤 하나손해보험을 출범시켜 은행을 비롯해 보험, 증권, 카드, 캐피탈 등 종합금융그룹의 진영을 완성시켰다.

해외 사업에 대한 의지도 강해 지속적으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24개국·212개 네트워크를 두고 있는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019년 베트남의 4대 국영상업은행 한 곳인 BIDV에 1조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 현재는 투자시점 대비 주가가 64.5% 올랐으며 투자수익율도 70%가 넘는다. 이외에도 지난해 코로나19 시국에서도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이 모바일 플랫폼 ‘라인’과 함께 하인뱅크를 설립해 인도네시아 현지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의 관계자는 “시장 자체가 한정적인 국내 시장을 벗어나 김 회장은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며 “성과를 당장 내기는 어려워도 중장기적으로 해외사업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2019년 12월 하나금융그룹 명동 사옥 대강당에서 그룹 출범 14주년 기념식을 개최하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NEXT 2030 경영원칙’을 선포하면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CEO 특별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하나금융그룹)
데이터와 디지털 전환에 대한 중요성도 일찌감치 강조했다. 지난 2017년 6월에는 국내 금융권 최초로 은행, 증권, 카드. 보험, 캐피탈 등 그룹 내 모든 인적·물적 IT(정보기술) 인프라를 한 곳에 집약시킨 청라 통합데이터센터를 설치했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하나금융그룹의 미래 방향을 ‘손님 중심의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 정해 전통적인 금융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한 올해도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변곡점을 맞아 직원들의 적극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금융을 지배하는 공룡은 변화에 무관심해지면서 무사안일해지고 대마불사의 헛된 희망을 품게 된다”며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 시가총액의 5분의 1에도 못미치는 하나금융의 시총은 시장이 우리를 덩치 큰 공룡으로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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