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웨이 잡고, 바이오 강자 넘본다…JY '뉴 삼성' 구체화

이준기 기자I 2021.11.18 17:32:55

아페얀 모더나 설립자와 회동…협력+공조 강화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 만나…시장개척 속도

16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오른쪽)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방미(訪美)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코로나19 백신을 생산 중인 미 모더나와 세계 최대 이동통신 기업인 버라이즌의 최고경영진들을 만난 건 ‘뉴 삼성’ 비전 타깃이 바이오산업·차세대 이동통신임을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분석이 많다. 바이오산업에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창출하는 한편, 비욘드(Beyond) 5G·6G에서 글로벌 업계 1위인 중국 화웨이를 누르고 강자로 거듭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다. 그간 구상에만 머물던 ‘뉴 삼성’ 비전이 구체화 작업으로 넘어감에 따라 양 업계의 지형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모더나와 공조 강화…‘바이오 리더’ 등극 야심 드러내

바이오는 이 부회장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 중 하나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점찍은 5대 신수종 사업(태양전지·자동차전지·LED·바이오·의료기기)과 이 부회장이 선정한 4대 신수종 사업(인공지능·5G·전장부품·바이오) 중 유일하게 겹치는 분야라는 점은 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지난 8월 가석방 출소 직후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코로나19 이후 미래준비’ 계획을 발표하면서 바이오산업에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케임브리지 파이어니링 본사에서 모더나 공동 설립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누바 아페얀 의장과 회동한 건 삼성의 바이오산업 역량을 극대화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두 사람은 최근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공조를 넘어 향후 추가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5월 모더나와 백신 생산 계약을 맺고 10월부터 국내 출하를 현실화시킨 상태인데, 이를 계기로 양사는 백신 위탁·생산 관계를 넘어 바이오산업 전반에 대한 협력 및 공조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 부회장이 만난 아폐얀 의장은 바이오 제약 관련 투자회사인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을 통해 혁신적 바이오텍을 발굴·육성해 온 업계 리더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삼성은 백신 외 다른 바이오 사업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 시작 9년 만에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공장 3개를 완공한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 현재 건설 중인 4공장이 완공되면 이 분야에 글로벌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CDMO에도 진출할 예정이며,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도 파이프라인 확대 및 고도화에 투자한다는 게 삼성의 계획이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버라이즌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한스 베스트베리 CEO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화웨이 추락’ 지금이 적기…차세대 이동통신 1위 넘보나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16일 미국 뉴저지주(州)에서 이 부회장이 만난 한스 베스트베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버라이즌과 협력을 강화해야만 하는 처지다. 미국·중국 간 글로벌 패권경쟁의 직격탄, 즉 미 정부의 제재에 추락을 거듭하는 세계 1위 통신장비기업인 중국 화웨이가 멈칫하는 지금이 삼성이 부상하기에 가장 적기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미 판은 깔려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버라이즌에 약 7조9000억원 규모의 5G 이동통신 장비를 포함한 네트워크 솔루션을 지속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국 통신장비 산업 전체를 통틀어 역대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 계약이었다. 양사는 2018년 세계 최초로 5G 홈(5G FWA, Fixed Wireless Access) 서비스를 상용화한 데 이어 2019년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상용화하는 등 지속해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기도 하다. 업계에서 이 부회장과 베스트베리 CEO간 만남을 계기로 양사가 향후 비욘드(Beyond) 5G, 6G 등 차세대 통신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해 갈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인연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 각각 삼성전자 부사장과 스웨덴 통신기업 에릭슨 회장 자격으로 나란히 참석한 것을 계기로 10년 이상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이 부회장은 전담 조직 구성, 연구개발 지원, 마케팅까지 전 영역을 진두지휘하며 5G 통신장비 사업을 비롯한 삼성의 차세대 통신 시장 개척을 주도해왔다”며 “버라이즌을 비롯한 글로벌 ICT 업계 리더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영업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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