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금융 사이트 접속했나요" 中 개인 휴대폰 감시 의혹

신정은 기자I 2021.09.14 18:06:24

中사기방지 앱 출시…지방정부, 설치 의무화
블룸버그 등 접속 후 경찰서 연락 받아

사진=신정은 기자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이 개인 휴대전화에 사기 방지 앱을 설치하게끔 해 해외 금융 뉴스를 본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 정부는 정보를 통제하기 위해 구글 등 해외사이트 접속을 막고 있는데 이를 우회해 이용하는 이들을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1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지난 3월 의심되는 전화를 차단하고 악성 프로그램을 보고하는 사기 방지 앱을 출시했다. 중앙 당국은 이 앱의 다운로드를 ‘권장’했지만 많은 지방 정부는 주민들에게 의무화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자녀의 입학 전 이 앱을 다운받아야 한다거나 임대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안후이성의 한 회사원은 신분증을 신청하기 전에도 이 앱을 다운 받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 앱을 설치한 상하이 주민 A씨는 최근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미국 금융 뉴스 서비스에 접속한 후였다. 경찰은 그에게 해외에 연락처가 있는지, 정기적으로 해외 웹사이드를 방문했는 지 등을 물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제보자는 “경찰이 진정으로 외국 사기 범죄를 우려하는 것 같았지만, 외국인과 접촉했는지 등 질문은 내가 외국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걸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후 즉시 이 앱을 삭제했다.

산둥성 주민 B씨는 블룸버그통신 등 해외 웹사이트를 방문했는데 ‘매우 위험’이라는 경고가 떴고 경찰의 전화를 나흘 연속 받았다. 그는 “경찰이 ‘위험하다’는 표시를 삭제하겠다고 했지만 바뀌지 않았다”며 “당국은 해외 웹사이트가 사기와 관련된 건지 어떻게 판단하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유선 또는 온라인 사기 범죄로 36만1000명을 체포했다. 이는 2018년 7만3000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숫자다. 실제 이 앱이 사기 예방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많은 사용자들은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게 이 매체의 설명이다.

중국 공안부와 국가사기방지센터 등은 해당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카르만 루케로 예일대 로스쿨 교수는 “그 앱은 정부에 의해 잘못 사용될 수 있다”며 “이는 심지어 전화를 듣거나 문제 메시지의 정확한 내용을 읽지 않고도 당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지 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개발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은 해외 인터넷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고 있으며 우회 접속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 서비스를 사실상 불법화하고 있다. 저장성 정부는 지난해 10월 여러 차례에 걸쳐 VPN을 사용해 위키피디아를 방문한 장모씨를 행정처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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