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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엔 증인으로 이정빈 가천대 의과대학 법의학과 석좌교수가 출석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검찰이 지난해 12월 정인양 사망 원인을 재감정해 달라고 의뢰한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검찰은 재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장씨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한 만큼 이 교수의 증언을 통해 사건 당시 장씨에게 살인의 고의성이 있었다는 주장을 입증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선 공판에서도 정인양이 다녔던 어린이집의 원장과 교사, 정인양의 입양 등을 담당했던 홀트아동복지회 사회복지사, 장씨 부부의 이웃 주민, 장씨 지인, 장씨에 대한 심리검사 등을 담당한 심리분석관 등이 차례로 나와 정인양이 양부모에게 지속 학대당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담긴 진술을 꺼냈다.
특히, 정인양 사망 이후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A씨는 지난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금까지 내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 제일 심한 상처를 보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학대인지 아닌지 부검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손상 자체가 심했다”며 “사고로는 다 생길 수 없는 손상”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정인양 사망 원인을 재감정했던 법의학자 B씨도 정인양 췌장이 절단된 것과 관련해 “발로 밟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B씨는 이어 “스스로 구호조치를 할 수 없는 아이에게 반복적이고 치명적인 손상이 있었다면, 사망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장씨가 정인양의 사망 가능성을 인지했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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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 측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 앞서 ‘사망에 앞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복부를 몇 차례 때린 사실이 있으며, 손상을 입은 상태에서 충격이 가해져 췌장이 끊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일부 학대와 폭행 혐의에 대해선 인정하되 살인의 고의성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장씨 측은 앞선 공판에서도 “감정 결과를 봐도 장씨가 미필적 고의로도 정인양을 죽이려고 했던 게 아니라고 판단되는 부분이 있다”며 “장씨는 당시 정인양의 사망 가능성을 예견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지난 공판에서 심폐소생술(CPR) 과정에서 복부 손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공판을 마지막으로 증인 신문이 마무리되면 오는 14일 열릴 공판에선 양부모 측을 상대로 한 피고인 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검찰은 이후 최종 의견과 함께 양부모에 대한 구형량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