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관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결정한 ‘10년 수입금지’ 조치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기한이 코 앞(4월 11일, 현지시간)으로 다가오면서 양측의 신경전은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거부권 행사를 이끌어내기 위해 김종훈 이사회 의장을 현지(조지아주)로 급파한 가운데 미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이를 저지하기 위한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환경보호 전문가인 캐롤 브라우너 변호사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한데 이어 최근 샐리 예이츠 전 법무부 부장관을 미국 내 사업고문으로 영입했다. 말 그대로 전력투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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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그린뉴딜 정책을 천명한 바이든 행정부에게 글로벌 우위를 점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SK이노베이션이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미국은 양측을 막판까지 저울질할 가능성이 높다. 꽃놀이 패를 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분쟁이 장기화될 수록 양측 주머니에서 얼마나 많은 금액이 나올지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 것이다. 물론 중국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단일공급선(sole vender)·독점화 문제 등 복잡한 이슈들이 산재한 만큼 미국 정부의 고민 역시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양측의 협상은 진전이 없다. 정치권의 조기협상 압박 등에 이달 5일 권영수 LG그룹 부회장과 장동현 SK(034730)㈜ 사장이 양측 대표로 만남을 가졌지만 서로의 입장차 만 확인한 채 등을 돌렸다. 25일 열린 LG화학(051910) 주주총회에선 신학철 부회장이 “피해 규모에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엄중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히면서 SK이노베이션에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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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기차 배터리가 ‘신 OPEC’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양측의 소송 장기화는 자칫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CATL 등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굳히기 위해서는 대규모 연구개발과 시설투자 등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분쟁으로 양측 소송비용만 1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양측 모두 유무형의 기회손실이 만만치 않다”며 “가급적 이른 시일 내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이 양측 모두에게 유리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