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6세소년·을왕리’ 음주사고 재판일, 음주운전 개그맨은 ‘집유’

이용성 기자I 2020.11.06 17:14:47

'윤창호법' 무색…일가족 파탄내는 음주운전 여전
법시행 1년 넘었지만 음주운전 오히려 증가 추세
전문가 "법 형량 아직 관대…인식 근본 전환 필요"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우리 아이 같은 피해자가 안 생기게 제발 음주운전을 멈춰 주세요”

5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308호. 지난 9월 6일 ‘낮술 운전’으로 이모(6)군을 사망에 이르게 한 운전자 김모(58·남)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법정이 눈물바다가 됐다. 이군의 부모는 아들의 영정사진을 꼭 안고 “하루하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에 죽지 못해 살고 있다”고 울부짖었다. ‘음주운전은 살인’이라고 적힌 A4 종이를 든 유족들은 “사고가 난 지 두 달이 흘렀지만 음주운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엄히 처벌해 음주운전 죗값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호소했다.

경찰이 지난 9월 17일 오후 서울 은평구 북한산국립공원 입구에서 비대면 단속장비를 사용해 불시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인천지방법원에서는 9월 9일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술에 취해 벤츠 승용차를 몰다가 배달 중인 50대 치킨집 사장 A씨를 치어 숨지게 한 30대 여성 B씨의 첫 재판이 열렸다. 유족은 “갑작스런 참변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마지막 뒷모습을 애써 붙잡으며 한동안 비극적인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일평생 열심히 사신 아버지를 위해 가해자가 법을 악용해 빠져나가지 않게 부탁드린다”고 엄벌을 촉구했다.

한 순간에 일가족을 참담한 비극적 현실에 빠뜨리는 음주운전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음주운전자 처벌 수위를 높이고,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윤창호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무색한 상황이다.

지난해 윤창호법 시행으로 주춤했던 음주운전은 올해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삼성화재 자동차 보험에 접수된 음주운전 교통사고 건수는 462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건수(3787건)를 훌쩍 넘어섰다. 또한, 전체 운전면허 취소자 중 음주운전으로 취소된 이들의 비율은 작년 36.6%였지만 올해는 45.2%로 약 9%포인트나 늘어났다.

음주운전 사고가 근절되지 못하는 이유는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며, ‘음주운전은 실수’라는 인식이 아직도 팽배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자 관련 법원 판결 중 전체의 4분의 3이 넘는 무려 76%가 집행유예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음주운전 ‘삼진 아웃’으로 해임된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 김모씨는 지난달 열린 2심에서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음주운전 중 경찰이 따라붙자, 도주하다 붙잡힌 개그맨 노우진씨에게도 법원은 5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기복 시민교통안전협회 대표는 “윤창호법이 시행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음주운전 형량은 사회적 피해 규모에 비해 가볍다”며 “음주운전자가 인명 피해를 내는 경우가 아니면 집행유예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음주운전자의 ‘재범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통계를 보면, 지난 2015년 운전면허를 재취득한 음주운전자 15만8000명 중 14.0%가 5년(2015년 1월~2020년 8월) 내에 다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됐다. 같은 기간 신규로 운전면허를 취득한 운전자의 음주운전 적발자 비율(4.8%)보다 3배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처벌 강화만으로는 절대 근절할 수 없고 인식 전환과 치료 등 다양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처벌도 중요하지만 ‘음주운전 할 수도 있지’라며 가볍게 생각하는 인식을 확실히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채홍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재범률이 높다는 점을 볼 때 단순 처벌 강화보단 알코올 중독, 습관적 음주운전 치료 등 접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