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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1兆짜리 한남동 리스크…시장서 또 외면받은 대신F&I

장순원 기자I 2017.11.01 15:12:35

1000억 회사채 발행했으나 대량 미매각
"PF대주단 꾸렸지만 분양리스크" 여전 우려

대신F&I 주요 재무지표, 출처:한국신용평가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서울 한남동에서 1조원 규모가 넘는 부동산개발사업을 벌이는 대신에프앤아이(이하 대신F&I)를 보는 시장 시선이 여전히 싸늘하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발행한 회사채가 외면 받았기 때문. 분양을 앞두고 주택시장도 서서히 냉각하고 있어 대형사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좀처럼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한고비 넘긴 줄 알았는데…시장 반응은 싸늘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 자회사인 대신F&I(신용등급 A+)는 최근 기관들을 대상으로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대량 미매각됐다. 1000억원 규모를 발행하려 했지만 80억원 어치만 팔렸다. 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한 물량은 삼성증권을 포함한 인수단이 전량 떠안는 처지가 됐다. 지난 2월에도 회사채 발행을 시도했다가 기관 수요가 전혀 없어 체면을 구긴 바 있다.

대신F&I 회사채 발행이 외면을 받은 것은 한남 나인원사업 탓이다. 대신F&I는 부실채권(NPL) 전문 투자회사로 대신금융그룹의 알짜 회사다. 그런데 예정사업비만 1조4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 한남 나인원사업을 시작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자기자본이 4000억원 안팎인 대신F&I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규모라는 게 시장 우려다. 특히 고급주택사업은 분양 위험이 일반 주택사업보다 큰 편이다. 부동산시장이나 사업 진행, 분양률 같은 여러 위험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점을 고려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대신F&I의 신용등급을 A+, 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신F&I는 하반기 분양승인과 9000억원 규모의 PF 조달을 완료하면서 회사채 발행을 강행했다. 대형 건설사업의 경우 초기 분양승인과 PF 자금 조달이 가장 큰 리스크라는 점에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고 자신한 대신측이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 결과적으로 대규모 미매각 사태가 벌어지며 시장에서는 대신 한남동사업의 신용위험이 여전히 크다고 평가를 받은 셈이 됐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대신F&I 회사채 미매각은 극단적인 위험회피 쪽으로 돌아선 회사채시장 분위기와 대신의 사업 리스크가 맞물린 결과”라면서 “팔리지 않은 물량을 주관사가 소화해도 평판에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분양가 책정과 초기 분양률이 관건

시장에서는 일단 PF 대주단을 꾸리면서 한남 나인원사업의 신용위험은 한층 낮아졌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PF 조달이나 공사계약 같은 사업 단계별 위험을 봤을 때 올초보다 상황이 개선된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분양가 책정과 초기 분양률이다. 사업 수익성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분양가가 높을수록 남는 장사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가격안정을 위해 고강도 규제를 시작한데다 금리가 오름세를 타면 주택경기가 못한 상황이다. 게다가 나인원 한남은 공동주택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받아야 본격 분양을 진행할 수 있다. HUG는 분양가가 최근 1년 이내 인근 분양가의 110%를 넘으면 보증을 해주지 않고 있다. 나인원 한남 인근에서 최근 분양한 한남더힐은 공급면적 3.3㎡당 분양가는 평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4797만~7800만원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애초 평균 6000만원 안팎에서 검토하던 분양가를 5000만원 초중반대로 조정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부 내부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논의 중인 만큼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만큼 HUG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초기 분양률도 관전포인트다. 고급주택은 통상 청약 이후 3~6개월 사이 분양률이 전체 사업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초반 분양물량이 저조하다면 금융비용을 포함해 사업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대신그룹 한 관계자는 “대주단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PF 자금 조달이란 큰 산을 넘었고 한남동이란 입지를 고려했을 때 사업성은 충분하다”면서 “단계별로 사업을 진행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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