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관자놀이 편두통이나 신경통 등 만성 안면통증 치료에 널리 쓰이는 신경차단술(마취주사)이 일부 환자에서 효과가 떨어지는 원인으로 지목되어 온 ‘숨은 신경가지’의 위치를 국내 공동연구팀이 해부학적으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건국대병원 안과 신현진 교수팀과 건국대 해부학교실 최유진 교수, 동아대 해부학교실 신강재 교수, 연세대 해부학교실 김희진 교수, 원광대 해부학교실 이신효 교수 공동연구팀이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Nature) 계열의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 관자놀이 통증 치료, 왜 효과가 들쭉날쭉할까
관자놀이 부위에는 ‘광대측두신경(zygomaticotemporal nerve)’이라는 감각신경이 지나간다. 이 신경은 이마 옆쪽과 관자놀이 앞쪽의 감각을 담당하며, 이 신경이 과민해지거나 눌리면 만성적인 관자놀이 편두통·신경통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통증 치료에는 해당 신경 주변에 국소마취제를 주입해 통증 신호를 차단하는 신경차단술이 흔히 활용되며, 두개안면부 수술 후 통증 관리에도 쓰인다.
문제는 이 신경이 사람마다 해부학적으로 다양하게 갈라져 나온다는 점이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상당수 환자에서 주된 신경가지 외에 별도의 ‘부신경가지(accessory branch)’가 함께 존재하는데, 기존의 신경차단 시술은 대개 주된 신경가지의 위치만을 기준으로 이뤄져 왔다. 이 때문에 부신경가지가 마취 범위에서 벗어나 통증이 충분히 가라앉지 않거나 재발하는 등, 치료 효과가 환자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보고돼 왔다.
◇ 사체 해부와 초음파로 ‘숨은 신경가지’ 위치 지도화
연구팀은 사체 해부연구를 바탕으로 부신경가지의 존재 여부와 위치를 조사했다. 그 결과 36쪽 중 7쪽(19.4%)에서 부신경가지가 확인됐으며, 이 중 5개는 한쪽에서만, 2개는 양쪽에서 함께 관찰됐다. 부신경가지가 나오는 지점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광대뼈 가장자리의 작은 돌기인 ‘변연결절(marginal tubercle)’에서 평균 3.4㎜ 이내에 모여 있었다.
◇ 안면통증 치료 정확도 향상 기대
신현진 교수는 “기존 신경차단 후에도 통증이나 감각이 남는 원인 중 하나가 보조 신경일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겉에서 만질 수 있는 뼈의 구조를 기준으로 보조 신경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향후 관자놀이 신경차단술의 정확도를 높이고 불필요한 주변 신경 손상을 줄이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새로운 주사 방법을 실제 진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현진 교수는 서양인과 구분되는 한국인의 체질 인류학적 특징을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임상에서 요구되는 문제를 파악해 연구에 접목해 실험실에서만이 아니라, 실제 수술 및 환자진료에서 쉽게 적용 가능하고 활용도가 높은 다양한 임상 관련 해부학 자료들을 제시해 왔다. 2016년부터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한국인 대상 임상 적용 해부 데이터를 구축해 오고 있으며,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번 연구 역시 한국인에서 관자놀이 신경차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해부학적 기준을 제시한 부분에 의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