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가 처한 상황이다. 지난 21일 저녁 대장동 개발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숨진 채 발견되자 이 후보 측은 `경계 모드`에 들어갔다. 지난 10일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에 이어 대장동 의혹 연루 인물들이 잇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대장동 이슈`가 다시 부상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 측은 무관함을 강조하면서 선을 긋고 있지만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김 처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지 12시간이 지나서야 선대위 차원에서 애도의 뜻을 담은 공식 논평을 낸 것도 이 같은 내부 고민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고용진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22일 오전 논평에서 “더 이상 소중한 목숨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진실 규명을 방해하는 일도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수사기관의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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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말을 아꼈다. 이날 오전 한국여성기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이 후보는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다만, 특검 도입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 관련)실체를 명확히 밝히고 상응하는 책임은 서로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특검을 시행하자는)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방송 인터뷰에서는 “이런 표현은 좀 그런데 `미치겠다`”는 말로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날 오후 SBS에 출연한 이 후보는 특검 문제와 관련, “빨리해서 확실하게 전모를 밝히는 게 낫다. 저는 투명하게 드러날수록 유리한 입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선대위 측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측 `자중지란` 사태에 반사 이익을 누려도 시원찮을 판에 이 후보 장남의 불법 도박 논란에 잠재적 악재까지 불거지자 지지율 추가 상승 동력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YTN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7명을 상대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결과에서도 이 후보는 37.0%로 윤 후보(40.1%)에 오차범위 안에서 뒤졌다. 윤 후보가 5.2%포인트 하락하면서 지난 조사 대비 격차는 좁혀졌지만, 이 후보 역시 0.1%포인트 내려가면서 약보합세를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선대위 관계자는 “직접적인 타격은 주지 않겠지만 거듭된 불행한 일에 후보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면서 지지율 상승세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처지는 더욱 딱하다. 전날 조수진 최고위원의 `항명`에 이준석 대표가 선대위 직책에서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선대위 발족 한 달을 채 못 넘기고 좌초 위기에 빠졌다.
이날 여기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난 이 대표는 `대선 역할론`을 묻는 질문에 “`이준석이 빠져야 이긴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며 복귀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의 오찬을 마치고서도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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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해결의 키를 쥔 윤 후보는 1박 2일 간의 호남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했다. `원톱`인 김 위원장에게 선대위 내 권한을 일임하는 대신 민심 행보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호남행 직전 잠시 김 위원장을 만난 윤 후보는 “김 위원장이 `선대위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그립(Grip·장악력)을 더 강하게 잡고 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해 달라고 말씀드렸다”고만 했다. 다만, 향후 선대위 개편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5선 중진인 서병수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사로이 꿍쳐놓고 있는 선거 캠프부터 폐쇄하라. `파리떼``하이에나` 같은 `윤핵관`의 소굴을 정리하지 않으면 조만간 누가 되었건 당 대표처럼 뛰쳐나갈 자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면서 “대표는 물론이고 최고위원들은 전원 백의종군하고 당직 또한 개편하라. 앉은 자리에서도 뒤돌아선 자리에서도 서로 욕만 퍼붓고 있지 않나”고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