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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48)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에 대한 뇌물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석근 일성신약 부회장은 “2015년 5월경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이 ‘합병에 찬성해주면 건축비를 받지 않고 사옥을 신축해주겠다고 제안했다’는 내용을 (아버지인) 윤병강 회장으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윤 부회장은 “일성신약이 서울 용산 현 사옥 부지에 예상건축 비용 500억원 정도의 40층 건물을 지으려고 계획하고 있지만 다른 지주들 반대로 구청이나 서울시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아 10년째 답보 상태”라며 “삼성물산은 이런 내용을 모르고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윤 회장이 지구단위 개발이 언제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현실성이 없다고 보고 거절했다”고 진술했다.
윤 부회장은 이밖에도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여러 차례 회유받은 정황을 증언했다. 그는 2015년 7월 구 삼성물산 주주총회를 앞두고 삼성 측이 여러 경로를 통해 회유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삼성 측이 구 삼성물산 주식의 매수가로 주당 9만원을 제시하며 편법적인 거래를 제안했다는 게 윤 부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장외 거래를 통해 (KCC에 자사주를 매도한 가격인) 주당 7만5000원에 매입하되 차액인 주당 1만5000원은 4가지 방안을 마련해 추가 지원한다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윤 부회장은 다만 ‘4가지 추가 지원 방안’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부친에게 제안 내용을 전달하자 ‘구 삼성물산 주식이 10만~11만원을 가는데 9만원은 말이 안 된다’고 해 삼성 측에 안 된다고 통보했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그는 대학 동문을 통해 알게 된 김신 삼성물산 사장을 수차례 만났다며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팀장(사장)도 김신 사장 소개로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김 전 사장으로부터 ‘합병비율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이 부회장이 상속 통해 승계하면 재산 반이 날아간다’, ‘삼성물산 합병이 경영권 승계에 있어 아주 중요하다’ 등의 말과 함께 합병 찬성을 요구받았다고 전했다.
윤 부회장은 아울러 윤병강 회장도 지인의 소개로 만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으로부터 ‘합병 찬성’을 요구받으며 이 부회장과의 직접 면담을 제안받았다고 강조했다.
일성신약은 구 삼성물산 지분 2.11%를 보유했던 소수 주주로, 합병비율(제일모직 1 : 구 삼성물산 0.35)에 반발해 끝내 삼성물산 합병을 반대했다. 주총 이후 삼성 측이 매수가로 주당 5만7234원 제시하자 법원에 주식매수가격결정 신청을 냈다. 1심은 패소했으나 2심은 주당 가격을 6만6602원으로 결정해 일성신약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 별도로 일성신약은 삼성물산을 상대로 합병 무효소송,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이에 삼성 변호인단은 “일성신약은 현재 삼성물산을 상대로 수백억 원대 소송을 2년 가까이 진행 중인 상대 당사자”라며 신빙성의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일성신약은 1심부터 9개월간 소송을 하면서 법원에 한 번도 말하지 않다가 항고심에서 뒤늦게 진정서에 언급했다. 신뢰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