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反독점법 공포]③자국 산업·소비자 감싸는 중국

김경민 기자I 2015.05.12 17:51:09
<자료: 파이낸셜타임스(FT)>중국 반독점 당국의 외국계 기업 과징금 부과 현황


[베이징= 이데일리 김경민 특파원] 해마다 꽃 피는 봄이 오면 중국에 있는 다국적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게 된다. 중국 기업들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중국 중앙국영(CC)TV의 소비자 고발프로그램 ‘3·15완후이’(晩會)의 먹잇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CCTV는 매년 ‘소비자의 날’인 3월15일에 고발 프로그램 3·15완후이를 통해 소비자 피해와 불만 사례를 접수하고 불량 기업을 집중적으로 고발한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는 유독 외국계 기업이 자주 오르내린다. 올해에는 메르세데스 벤츠를 비롯해 폭스바겐, 닛산, 재규어·랜드로버 등 수입차 업체들이 수리 비용을 과다하게 받는다면서 집중 공격을 받았다. 지난 2013년에는 애플의 사후관리가 중국 소비자들을 차별해 문제가 됐고, 지난해에는 일본 니콘이 뭇매를 맞고 자발적 리콜을 하기도 했다. 이 밖에 한국에서는 금호타이어(073240)가 품질 문제를 지적받았고 까르푸와 맥도날드 등도 화살을 피해 가지 못했다. 주로 외국계 기업이 도마에 오르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중국이 국영 방송을 통해 외국기업 길들이기를 하는 것이라는 의혹이 짙다.

중국 당국의 자국 기업과 해외 기업에 대한 차별 아닌 차별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자국 산업을 보호 육성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실제로 이런 보호 속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급성장한 중국 기업이 수두룩하다.

과거 중국은 외국인 투자 제한 등의 방법을 썼지만,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면서 금융시장, 산업 개방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어느 정도 경쟁력이 생긴 산업에 대해서는 외국인 문호를 열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산하 외국자본해외투자국이 외국인 투자 제한 분야를 현재 79개에서 35개로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외국인 투자 관련 지침을 국무원에 제출한 바 있다.

이를 대신해 중국이 최근 이용하는 방법은 ‘반독점법’ 규제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도 이용하는 방법인 만큼 상대적으로 눈치가 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 2월 미국 휴대전화 칩 제조업체 퀄컴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 특허권 사용료를 과다 청구했다며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정당한 경쟁을 제한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역대 최대 벌금인 60억900만위안을 부과했다. 퀄컴 이후에도 가격을 담합한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메르세데스-벤츠에 대해 3억5000만위안을 부과했다. 이 또한 단일 자동차 업체에 매긴 과징금 중 가장 크다. 작년에는 중국이 독일 자동차업체 아우디와 미국 업체 크라이슬러에 반독점 위반 혐의로 벌금 2억8000만위안, 일본 10개 자동차 제조업체 등에 대해 가격 담합을 이유로 76억7200만위안을 부과했다. 지난 2013년에는 삼성전자(005930), LG디스플레이(034220) 등 해외 LCD 패널 생산업체에 3억5300만위안의 반독점 과징금을 매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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