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이번달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FOMC 인사들은 금리가 이전에 예상하던 것만큼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시장을 놀라게 했다”며 “일부 당국자들은 현재의 높은 금리가 단지 더 오래 갈 뿐만 아니라 아마도 영원히(forever) 지속할 수 있다고 암시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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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최근 중립금리 상승세를 들어 ‘역사적으로 초저금리 시대가 끝날 수 있는 이유’라는 제목의 보도를 지난달 했는데, 이번달 FOMC 회의를 계기로 또 내보낸 것이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과열 혹은 침체가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금리를 뜻한다. 현재 연준은 인플레이션 목표치 2.0%를 감안한 장기 실질 중립금리를 0.5%(명목 중립금리 2.5%)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미 0.5%보다 높아졌다는 인사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WSJ는 “중립금리는 특정 수준의 금리에 경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추론할 수 있을 뿐”이라며 “이에 따라 현재 금리가 경제 수요 혹은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키지 않는다면, 중립금리는 더 높아졌다는 것이고 통화정책은 긴축적이지 않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WSJ는 앞서 연준의 잇단 금리 인상에도 노동시장이 과열돼 있고 정부가 자금 조달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구조적인 중립금리 오름세를 점쳤다.
시장이 술렁이는 것은 중립금리 상승이 기존 예상보다 더 강경한 긴축을 필요로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한 이후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동결했다고 해서 최종금리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며 “강한 경제활동은 금리에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하는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WSJ는 “현재로서는 더 높은 금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월가 주요 기관들은 곧바로 반응하고 있다. 얀 해치우스 골드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FOMC 정례회의를 본 후 투자자 메모를 통해 “FOMC 참가자들은 통화 긴축이 내년에 시차를 두고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견해에서 멀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금리 인하 전망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연준 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을 내년 4분기로 제시했다. “내년 6월 말까지 금리를 내린 이후 분기별로 점진적인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더 긴축적으로 견해를 수정한 것이다. 그는 “FOMC가 금리를 내리려면 인플레이션이 이전 예상보다 더 떨어져야 한다”고 했다. 골드만은 다만 올해 추가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은 유지했다.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더 강경한 발언을 했다. 그는 미국 디트로이트이코노믹클럽(DEC) 행사에서 “지난 18개월간 연준의 금리 인상은 그저 따라잡기에 불과했다”며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에 맞서 앞으로 몇 달간 금리를 더 인상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연준은 지난해 3월 제로 수준의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해 현재 5.25~5.50%까지 올렸다. 연준이 연방기금금리(FFR)를 기준금리로 채택한 지난 1990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의 긴축이다. 그럼에도 다이먼 회장은 “연준은 금리 인상을 시작하는데 있어 한발 늦었다”며 긴축은 현재진행형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그는 “지금부터 4~6개월 후에도 인플레이션이 4% 수준에서 여러 이유로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