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부터 알바까지 데이터 공유..흑자 기업 만든 비결이죠"

백주아 기자I 2022.05.02 16:41:45

LF 계열사 트라이씨클 권성훈 대표 인터뷰
적자 만성화 기업 9개월 만에 흑자 전환
전직원과 데이터 공유..손익·경영 마인드 제고
MD 강화 5600개 브랜드 입점
2024년 거래액 1조 달성 목표..카테고리 강화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LF(093050)가 2015년 인수한 이커머스 플랫폼 트라이씨클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아울렛 패션 브랜드 전문몰 ‘하프클럽’과 유아동 전문몰 ‘보리보리’를 운영하는 이 회사는 LF 인수 첫 해와 이듬 해까지 누적 영업순손실 규모가 150억원 수준에 달했다. 하지만 구본걸 LF 회장의 특명을 받은 권성훈 상무가 대표이사로 투입된 후 상황이 반전됐다. 다 쓰러져 가던 기업이 흑자전환에 성공한데다 연간 거래액 6000억원, 매해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효자 계열사로 자리 잡은 것이다.

▲권성훈 트라이씨클 대표. (사진=트라이씨클)
지난 2일 서초동 트라이씨클 본사에서 권성훈 대표를 만나 이 회사에 대한 심폐 소생 비책을 들어봤다. 권 대표는 GS홈쇼핑 바이어 출신으로 2015년 LF에 입사 후 LF e-biz 사업부장을 맡은 후 2016년 7월 트라이씨클 대표로 부임했다.

권 대표는 “대표이사 부임 직후 회사 통장에 마이너스(-) 189억원이 찍혀 있던 걸 아직도 잊지 못한다”며 운을 뗐다. 그는 숫자에 민감한 CEO다. 현재 회사 상황을 보여주는 가장 정확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부임 보름 후 시작한 비상경영회의를 계기로 전사 경영정보시스템(MIS)를 구축하고 대표부터 아르바이트 직원까지 모든 임직원에게 회사의 매출과 손실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조치했다.

숫자를 기반으로 한 철저한 데이터 관리와 목표를 설정한 결과 2017년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그 해 연간 1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권 대표 부임 후 9개월 만에 적자 터널에서 벗어나면서 경영이 안정화된 셈이다. 지난해 영업익은 70억원 수준으로 4년새 7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기에 가진 건 오직 135명의 직원뿐이었다”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카테고리, 아이템과 상품 단위 손익 분석, 추정을 통해 거래액과 손익을 최적화하는 방식의 영업을 강화하면서 전 임직원의 손익과 경영 마인드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패션 플랫폼의 경쟁력인 브랜드 상품 강화 전략도 주효했다. 플랫폼 사업인 오픈 마켓과 달리 종합몰과 전문몰은 철저히 상품 중심으로 돌아가는 만큼 직원들이 이탈 브랜드 유치, 새로운 브랜드 입점에 집중하도록 했다. 모회사 LF의 유명 브랜드 재고 상품을 하프클럽에서 팔 수 있도록 하면서 트라이씨클의 DNA인 매입 비즈니스 투자도 시작했다. 상품 팔린 부분에 대해 일정 부분 수수료를 취하는 기존 비즈니스로는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상품기획자(MD) 위주로 상품에 책임을 지는 형태로 운영하면서 직원들에게 사무실에 오지 않아도 되니 브랜드 담당자와 직접 만나는 횟수를 더 늘리라고 주문했다”며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선별할 수 있도록 MD 역할을 강화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현재 하프클럽과 보리보리가 보유한 브랜드는 5600개 수준이다.

▲와일드프레리솝. (사진=트라이씨클)
트라이씨클은 패션을 중심으로 전개하던 포트폴리오를 라이프스타일 방면으로 확대 중이다. 최근 캐나다 수제 천연비누 브랜드 ‘와일드프레리솝’을 론칭했다. 친환경 비전을 함께할 브랜드를 찾던 중 인연이 닿았다. 와일드프레리솝 비누 하나 만드는데 3시간이 걸리지만 합성향료, 방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100% 생분해된다는 것에 주목했다.

권 대표는 “패션 전문몰 근간은 유지하되 사회·인구통계학적 트렌드를 감안해 관련 비즈니스 확장에 욕심내고 있다”며 “자체 육성할 것인지 전문 기업을 인수할 것인지의 문제는 남아 있지만 식품, 뷰티, 리빙 등은 물론 티켓 콘텐츠 중심의 무형 상품 등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라이씨클은 3년 내 거래액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거래액은 6000억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권 대표는 데이터 분석에 더 집중하고 있다. 고객 데이터부터 유입채널별 상세 데이터 분석을 강화해 더 좋은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소스라이브라는 외부 플랫폼을 활용해 라이브방송을 시작했고 호텔, 문구기업, 운세 등 다양한 이종업계와의 협업도 추진하고 있다.

권 대표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기업과 개인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 틈날 때마다 직원들 이야기를 듣고 함께 회사의 비전과 각자 철학을 공유한다”며 “아직까지 많이 배고프다고나 할까.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직원들과 매진해나가고 있는 만큼 반드시 달성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2일 서초동 트라이씨클 본사. LF 계열사 트라이씨클은 하프클럽과 보리보리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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