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김순택 부회장 후임으로 미전실장을 맡으면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최 부회장은 이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것은 물론, 그룹 계열사들의 경영 전반을 챙긴 인물이다. 2014년 5월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매일 아침 이 회장이 입원중인 병원에 들러 문안하고서 삼성 서초사옥으로 출근했다고 전해질 만큼 삼성그룹과 삼성가(家)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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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삼척 출신으로 서울고,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1977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삼성과 인연을 맺은 최 부회장은 오늘날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서게 한 1등 공신으로 꼽힌다. 198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1인 사무소장으로 발령받은 그는 1000 페이지에 달하는 반도체 기술교재를 통째로 암기해 부임 첫해 반도체 100만 달러어치를 팔기도 했다. 당시 자동차에 반도체 제품을 직접 싣고 다니며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 ‘디지털 보부상’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지난 2006년에는 보르도TV를 앞세워 당시 패권을 쥐고 있던 소니를 제치고 처음으로 TV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4대 사업분야인 반도체, 모바일, TV, 디스플레이 등 전 분야에서 최 부회장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할 정도다. 지난 2010년 1월 삼성전자 대표이사(CEO·사장)를 맡아 최고운영책임자(COO·부사장)였던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를 투톱 체제로 이끌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들은 그를 두고 “이재용 사장과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잘되는 사이”라고 말한다. 지난 17일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이 부회장을 처음 면회한 인물도 최 부회장이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지 약 5시간 만이었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재용 시대’의 개막과 함께 최 부회장의 그룹내 영향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관측해 왔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에 발목 잡힌 최 부회장은 미전실 해체와 함께 이날 공식적으로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