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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법원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나타나지 않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구인장을 발부했다. 재판부가 구인장 발부 카드를 꺼내들면서 이명박(77)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13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 예정이었던 이 전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은 지난 11일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에서 △고혈압 및 부정맥 지병에 따른 병원관찰 요구 △이 전 대통령 앞에서 법정 증언을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 △충분한 휴식과 안정을 취한 뒤 다음 기일에 참석 예정 등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전 회장의 불출석 사유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165조에 따르면 증인의 연령, 건강상태 등의 사정을 고려해 법정 밖에서 소환하거나 현재 있는 장소에서 신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건강상 이유에 의한 불출석이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또 이 전 회장과 피고인인 이 전 대통령과의 법정 대면에 대해서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고 원하기만 하면 증인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외에도 피고인 퇴정 조치 등 다양한 방법이 있어 이 전 회장의 불출석 사유는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 기일을 다음 달 5일 오후 2시 5분에 열기로 했다.
재판부가 불출석한 핵심 증인들에게 처음으로 구인장 발부 카드를 꺼내 들면서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 6일 재판부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소환장 송달이 안 돼 불출석한 핵심 증인들에 대한 소환 의지를 강력히 내비친 바 있다. 재판부는 서울고법 홈페이지에 이들의 증인신문 기일을 공지했다. 재판부는 불출석한 증인들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 발부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오는 20일에는 이병모 전 청계재단 사무국장, 22일에는 김 전 기획관, 27일에는 이 전 부회장 등에 대한 증인 신문이 각각 예정돼 있다.
다만 검찰 측의 반발이 변수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의 구인장 발부 결정 직후 발언권을 얻어 재판부의 결정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재판부는 일부 증인들에 대해서 소환장을 서울고법 홈페이지에 게재한 후 구인장 발부 방침을 말했는데 과연 인터넷 게시가 구인장 발부 요건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며 “공식적인 소환장 송달이 아닌 홈페이지 게시만으로 강제구인 요건 및 송달을 받았다고 전제할 수 있는지 재판부가 심도 있게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외에도 공직임명 대가 등 금품수수 사건의 핵심이라며 이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사위 이상주 변호사를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한편 조건부 보석으로 인한 석방 이후 처음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 대통령은 재판 시각보다 40분 이른 오후 1시 25분에 법원에 도착했다. 그는 다소 절뚝이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이명박’을 외치는 십여 명의 지지자들을 향해 일일이 손인사를 하는 등 한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 공판 기일은 오는 15일 오후 2시 5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