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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령관 "부당 지시에도 정치적 중립 지킬 수 있는 시스템 구축"

김관용 기자I 2018.07.05 16:58:37

이석구 사령관, 고강도 개혁 의지 밝혀
보안·방첩 전문기관으로의 혁신 추진
국방부, 기무사 TF 통해 명칭 변경 등 종합적 검토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가 과거 정부 시절 불법 정치개입과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국민적 질타를 받고 있는 가운데, 고강도 개혁을 통한 보안·방첩 부대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국방부는 과거 보안사령부가 기무사로 부대명을 바꿨던 것처럼 또 한 번 명칭을 변경하고 몸집과 권한도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육군중장)은 5일 기자들과 만나 “부대원들의 정치적 중립을 행동화하기 위해 맹목적 절대 충성을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성’으로 재정의했다”면서 “사령관과 국방장관, 그 윗선에서 적법하지 않은 부당한 지시가 내려오더라도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는 불가역적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을 비롯한 부대원 600여 명이 올해 1월 25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엄정한 정치적 중립 준수를 다짐하는 선포식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연일 과거 행적이 드러나며 질타를 받고 있지만, 사실 기무사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 기무사는 행동 조직이지 가치를 판단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곳이 아니다. 국방장관이나 청와대 등 정권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라는 의미다. 군의 속성상 기무사가 상부에서 허용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실제로 기무사령관은 과거 정부에서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 이 사령관이 “기무사는 사령관과 장관, 그리고 저 위에서 적법하지 않은 부당한 지시를 하지 않으면 그러한 불법적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이유다.

통상 기무사에서 생산한 정보는 기무사 내 첩보상황 컨트롤타워인 ‘기무정보센터’에서 취합한 후 내부의 ‘융합실’에서 선별돼 보고 문건으로 작성된다. 청와대에는 일일동향보고, 월간동향보고 등의 형식으로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청와대의 지시에 의한 것이든 암묵적 요구에 의한 것이든 기무사는 ‘댓글 공작’을 통해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겼다. 이에 따라 이 사령관은 지난 해 8월 취임 이후 4차례의 ‘고강도 개혁TF’를 운영하면서 기무사 개혁 방안을 마련했다. 정치적 중립 준수와 보안·방첩 중심으로 임무와 기능을 재정립하는게 핵심이다.

실제로 민간 변호사를 포함한 인권보호센터를 신설하고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인권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기구들은 기무사의 기강확립과 직권남용을 감시하는 시스템이다. 이 사령관은 “민간 사찰 지시를 받은 부대원은 자신이 그런 임무를 수행하는 것에 대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만약 그런 임무를 받으면 보고를 해서 자기 자신이 보호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장병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동향 관찰 부작용 해소를 위해 사생활 확인을 금지하고, 신원조사는 장군 진급자 및 주요보직 예정자만을 대상으로 범위를 축소했다”고 말했다. 올해 초 기무사 본부에서 군 인사정보와 동향 파악 등을 담당하던 1처를 해체하고 보안(3처)과 방첩(5처), 기획(7처)으로 조직을 재편한 것이다.

특히 방첩활동 패러다임도 기존 ‘대공’ 중심에서 해외 스파이 차단으로 조정하고 과학수사센터도 증편했다. 보안업무 역시 기존의 문서·시설 중심에서 탈피하고 기동보안팀도 현재 5개팀에서 30개팀으로 늘려 예방 중심의 맞춤형 보안업무 수행체계도 구축했다.

하지만 이같은 개혁 방안들은 5·18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와 국방부 댓글조사TF 등 과거에 발목이 잡혔다. 과거사 청산 조사에 얽매여 추진 동력을 잃은게 사실이다. 게다가 과거 기무사가 세월호 유족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동향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라 부대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송영무 장관까지도 기무사를 향해 “국민의 군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켰다”고 쏘아붙였다.

국방부는 기무사 자체의 고강도 개혁 TF와는 별도로 기무사 개혁위원회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 국방부는 “기무사의 정치개입과 민간사찰 근절, 특권 내려놓기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특히 기무사의 명칭과 조직, 규모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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