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성추행 의혹' 고려대 교수 연구실 앞에도 포스트잇 시위

이슬기 기자I 2018.06.05 16:22:54

이화여대·성신여대 이어 고려대에서도 조용한 ''포스트잇 시위''
고려대 제자 성추행 의혹 교수연구실 앞에 파면 요구하는 포스트잇 붙어
"포스트잇 시위는 피해자에 대한 연대로 의미있어"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 문과대 서관에 있는 국어국문학과 김모(57) 교수 연구실에 학생들의 항의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모습.(사진=황현규 기자)
[이데일리 이슬기 황현규 기자] “당신 덕분에 지옥을 믿습니다”

고려대 학생들이 제자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국어국문학과 김모(57)교수의 연구실 앞에 김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는 포스트잇을 붙였다.

5일 오후 3시쯤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 문과대 서관에 있는 김 교수의 연구실 앞엔 색색의 포스트잇 약 220여장이 붙어있었다. 지난 4일 김 교수의 파면을 촉구하는 학생들이 모여 붙인 포스트잇이다. 김 교수의 명판 바로 밑에는 ‘K교수를 파면하라’는 하트 모양의 분홍색 포스트잇이 붙어있었고, ‘백수되신 것 축하드려요’라는 포스트잇도 눈에 띄었다. ‘저는 당신이 잘 먹지 못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는 당신 때문에 밥도 못 먹기 때문입니다’라는 포스트잇도 있었다.

앞서 지난 3월 고려대 문과대학 대학원생이었다고 밝힌 학생들은 김 교수가 2005년부터 수년 간 제자들을 상대로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이후 현재까지 고려대 성평등센터에는 20여 명의 학생이 김 교수의 성추행을 경험했거나 알고 있다고 신고했다. 실명이 확인된 피해자만 7명이며 피해자 대다수는 대학원생이었다. 현재 고려대는 김 교수에 대한 직권조사를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올해 안식년을 보내고 있다.

이날 연구실 앞에서는 ‘포스트잇 시위’를 구경하러 온 학생들이 연구실 문 앞 사진을 찍거나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연구실 앞에서 만난 영어영문학과 학생 유모(20)씨는 “당연히 파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스트잇 시위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결과”라며 “포스트잇 시위를 통해 고대 문과대가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식품영양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21)씨도 “남자라서 평소 ‘미투(Me too·나도말한다)’ 운동에 관심을 덜 가져왔지만 자기 생각을 붙이는 포스트잇 시위를 보니 멋있다고 생각했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교수는 지식만 알아서 되는 직업이 아니라 도덕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도덕성을 잃은 교수는 마땅히 파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양수업을 들으러 왔다가 포스트잇 시위를 보게 됐다는 식품영양대학 이모(22)씨도 “대학 내 성추행은 가해교수가 ‘자식처럼 아꼈다’는 해명을 하는 둥 교묘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내가 유난스러운 건가?’라고 스스로 헷갈려 한다”며 “이런 맥락에서 포스트잇 시위는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목적도 있지만 피해자에 대한 연대의식을 나타내는 수단으로써도 기능하기 때문에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화여대를 시작으로 동덕여대·연세대·성신여대 등에도 제자 성추행·성폭행 의혹을 받는 교수의 연구실에 항의 포스트잇이 붙은 바 있다. 최근 중앙대에서도 제자 성폭행 의혹을 받는 아시아문화학부 일본어문화전공 K교수의 연구실 앞에 K교수의 성폭력 가해를 규탄하는 포스트잇이 붙었다.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에 붙은 K 교수 성추행 고발 대자보. 대자보 위에 K교수를 규탄하는 포스트잇이 붙어있다.(사진=황현규 기자)


성추행 폭로 #Me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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