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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심사서 빛난 ‘캐스팅보터’
이번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터로서의 위상을 십분 활용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팽팽한 신경전 속에서 국민의당은 절충안을 제시하며 협상 타결을 이끌어냈다. 실제로 공무원 증원의 경우 정부는 1만2000여명, 한국당은 6000여명을 제시한 가운데 국민의당이 제시한 8000여명에 가까운 9475명으로 합의됐다. 이어 일자리 안정자금 또한 간접 지원 방식을 마련해야한다는 국민의당 대안이 전격 수용됐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정시한을 초과했지만 국민혈세로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인상 인한 직접 지원을 최소화한 원칙은 지켜졌다”면서 “문재인 정부 첫해 예산안인만큼 입장차도 컸지만 국민의당이 타결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자평했다.
특히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을 넘겼지만 최악의 상황을 모면한데는 국민의당의 입장 변화가 주효했다. 국민의당이 민주당 쪽으로 기울면서 결국 제1야당인 한국당은 협상력의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한국당은 당론으로 반대했던 소득법·법인세 인상은 물론, 공무원 증원이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까지 당초의 목표를 관철시키지 못한채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추경 등 주요 사안마다 영향력 행사
그동안 국민의당은 중요한 사안이 닥칠때마다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지난 7월 추가경정예산안 때도 국민의당이 협상 타결을 이끌었다.
국민의당은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머리자르기’ 발언에 반발, 국회 일정 전면 불참을 선언하면서 한때 추경 통과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직접 편성 대신 예비비 활용을 통한 공무원 증원에 동의하면서 정부 추경안은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다.
국무총리나 헌법재판소장 등 국회 인준 절차에서도 실질적인 결정권은 국민의당이 쥐었다. 문재인 정부 내각의 첫 단추가 됐던 이낙연 국무총리의 경우에도 국민의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했다. 반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경우 국민의당이 절반 이상 반대표를 행사하면서 국회에서 부결됐다. 여론의 역풍이 우려되기도 했지만 국민의당의 위력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후 안이하게 대응했던 민주당마저 김명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국민의당 설득에 총력을 기울였다.
◇국민의당 호남 기반 ‘한계’..이중대 논란
다만 국민의당이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한계점으로 꼽힌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호남 지역에서 압도적인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에 대해 반대되는 입장을 추진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실제로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의 부결 이후 후폭풍은 거셌다. 민주당은 인준부결에 대한 책임으로 국민의당을 몰아세웠고, 국민의당 홈페이지가 일순간 마비되는 등 비난 여론도 들끓었다.
반면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공조 움직임을 나타내는 국민의당을 두고 ‘민주당 이중대’라는 비난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날 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에 내년도 예산을 둘러싸고 추악한 뒷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국민의 혈세를 볼모로 한 집권세력과의 야합은 국민들의 무서운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