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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열공’ 만델라 소년학교…“새벽 1시까지 자습하죠”

황병서 기자I 2023.11.14 17:26:14

14일 서울 구로구 ‘만델라 소년학교’ 가보니
올 3월 17세 이하 소년수 학업 지원 위해 문 열어
대입 준비 10명 막바지 준비…“수의사·자원봉사자 될래요”
교도관·대학생이 수업, 반성문 쓰기 등 인성교육도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이틀 앞둔 14일 서울 구로구의 남부교도소 내 ‘만델라 소년학교’. 세 개의 나무 창살 틈으로 파란 수형복을 입은 소년수들이 선생님이 준비해 온 유인물을 보며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소년수들은 선생님의 물음에 대답을 이어가며 하나라도 놓칠세라 칠판을 응시하며 필기구를 쥔 손을 움직였다.

14일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 내 마련된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소년수들이 국어 강의를 듣고 있다.(사진=황병서 기자)
이날 오후 3시께 이데일리가 찾은 만델라 소년학교는 여느 고등학교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진행되고 있던 수업은 국어 수업, 선생님이 설명하는 개념 하나하나에 10명의 소년수는 눈을 반짝였다. 국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연세대 건축공학과 학생 김민선(20)씨는 “평소엔 EBS 수능특강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필요에 따라 프린트물을 준비해와 진행하기도 한다”며 “지금은 수능 막바지라 ‘구개음화’ 같은 개념을 잡는데 초점을 두고 강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곳은 올해 3월 17세 이하 소년수의 학업 지원을 위해 문을 연 곳이다.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절대 넘어지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는 데 있다’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말이 교훈이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엔 10명 전원이 응시한다. 수능 당일엔 만델라 학교 내 마련된 ‘서울 구로구 제13지구 제6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르게 된다. 교도소 내 시험장이 설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곳에서 수능 대비 특강을 하는 교사는 지난해 수능을 치른 대학생 4명이다. 이들이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등 과목을 나눠 소년수들에게 가르친다. 소년수들은 평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교과 수업을 듣는다.

김씨는 수업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교화에 중점을 두고 가르친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을 통해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보다는 아이들이 문학 지문을 통해 힘을 얻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예컨대 문학 지문에 ‘희망을 잃지 마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면 이를 스스로 분석하게 해보고 지문처럼 살게 삶의 동기를 갖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사회 자원봉사자가 되고 싶다’, ‘수의사가 되고 싶다’ 등의 꿈을 말할 때면 그 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동기가 될 만한 요소들을 알아본 다음 알려주고 있다”면서 “또한 아이들끼리 경쟁하기보다 모르는 것을 서로 가르쳐주면서 연구할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도전 뒤엔 다른 선생님들도 있다. 교원자격증이 있는 교정공무원 6명이 교사로 일하며 소년수 36명에게 검정고시 대비 수업을 진행해 온 것이다. 지난 8월에는 고졸 검정고시에 28명이 응시해 27명이 합격하기도 했다. 검정고시반에서 영어를 담당하는 임진호(29) 교도관은 “알파벳을 헷갈리는 친구들이 검정고시에 합격할 때 뿌듯했다”면서 “이 외에도 아이들에게 반성문 쓰기 등을 통해 교화하려 노력하는데, 처음엔 피해자에 대해 반성문 쓰는 것도 꺼렸지만 교화 등을 통해 쓰게 됐을 때 인성이 많이 변화됐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만델라 소년학교 교장을 맡은 김종한 사회복귀과장은 “33년 9개월 근무하며 가장 보람찼던 적이 만델라 학교를 운영하며 아이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볼 때였다”면서 “아이들이 새벽 1시에도 자습을 하며 아이들끼리 영어단어를 묻고 답할 때였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해서 다시 범죄의 길로 안 가는 것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길이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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