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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온라인·야간 로스쿨 도입을 공약하면서 이에 대한 학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금도 로스쿨 졸업생들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 안팎에 그치고 있는데 온라인·야간 로스쿨이 생기면 합격률은 더욱 낮아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14일 법학계 등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서민 로스쿨을 만들어 로스쿨 문을 활짝 열겠다’고 공약했다. 일·학습 병행이 가능한 온라인·야간 로스쿨을 도입하겠다는 것.
법학계는 윤 당선인 측의 이런 공약에 우려를 나타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 도입 초기부터 합격률을 입학정원 대비 75%로 묶어놓으면서 변호사시험에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학생도 탈락하고 있다”며 “로스쿨 도입 취지 중에는 고시낭인 문제를 해소하자는 취지도 담겼는데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 안팎으로 하락하면서 인력낭비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도입 초기 87.2%에 달했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 지난해 치러진 10회 시험에선 합격률이 54%에 그쳤다. 이는 로스쿨 도입 당시 입학정원(2000명)의 75% 선으로 합격률을 제한하면서 나타난 문제다. 매년 응시자 수는 누적되는 데 반해 합격률은 고정돼 있는 탓이다. 변호사시험은 로스쿨 졸업 후 총 5회에 한해 응시가 가능하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2012년 치러진 1회 때 87.2%를 기록한 뒤 △2회 75.2% △3회 67.6% △4회 61.1% △5회 55.2% △6회 51.2% △7회 49.4%로 꾸준히 하락했다. 다만 50% 벽이 깨진 7회 시험 이후 전국 로스쿨 학생들이 총궐기에 나서면서 합격률이 소폭 상승했다. 8회 시험 당시 합격률은 50.8%, 9회 53.3%, 지난해에는 54%로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2회 당시에는 합격할 수 있었던 학생들이 경쟁 심화로 탈락하고 있다. 상대평가라 응시자 수가 늘면 커트라인은 상승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야간 로스쿨 도입을 주장해 온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도 “직장인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키워 법조인에 도전하는 시스템은 필요하지만 출구는 막고 입구만 늘린다면 취지를 살리지 못할 것”이라며 “변호사시험도 의사·약사시험과 같이 일정 소양을 갖추면 합격시키는 자격시험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자격시험은 일정 성적을 받으면 합격할 수 있는 절대평가다. 법무부도 2012년 1회 변호사시험을 앞둔 2011년에는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번복한 뒤 지금까지 상대평가를 유지해오고 있다. 장영수 교수도 “변호사시험은 중장기적으로는 자격시험으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서민 로스쿨’을 명분으로 온라인·야간 로스쿨 도입하겠다는 논리도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국 25개 로스쿨 간 협의체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관계자는 “지금도 로스쿨 입학정원의 7%를 서민·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를 뽑기 위한 특별전형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서민 로스쿨을 명분으로 또 다른 로스쿨을 도입하겠다는 취지에 공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