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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초 인질범 "졸업증명서 떼러왔다"며 침입…신분확인 없었다

김성훈 기자I 2018.04.02 15:59:27

인질범 "졸업증명서 발급차 왔다" 말하고 들어가
신분증 확인 없이 통과…학교 측 "잘못 인정"
"일과 중 아무도 교내 들어가지 못하게 할 것"

2일 서울 방배초등학교에 한 남성이 침입해 4학년 여학생을 인질로 잡아 경찰과 대치를 벌였다. 남성이 검거된 뒤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귀가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인 20대 남성은 자신을 졸업생이라고 속이고 학교에 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보안관은 절차상 남성의 신원을 확인해야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미애 방배초 교장은 2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인질극을 벌인 남성은 자신을 졸업생이라고 속이고 학교에 들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인질극을 벌인 양모(25)씨는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경비실에 있던 보안관에게 자신을 이 학교 졸업생으로 소개하며 “졸업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왔다”고 말하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학교 담당보안관은 이 과정에서 양씨의 신분증을 받지 않았고 양씨는 특별한 신원조회 없이 학교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신 교장은 “인질범에 대한 기록이 적혀 있지 않았다. 평소에는 (신분증 확인 절차 등을) 다 적어 놓는데 공교롭게 이번에만 이렇게 된 것”이라며 “(이 때문에) 범인이 흉기를 어떻게 숨기고 학교 안으로 들어왔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양씨를 교내로 들여보낸 보안관 역시 자신의 실수임을 인정하며 “(이 남성이) 졸업생이라고 말해 신분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씨는 쉬는 시간에 교무실로 가던 4학년 학생 6명 중 여학생 A(10)양을 인질로 붙잡고 흉기를 들이대며 “기자를 불러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경수 교감은 “범인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다짜고짜 ‘기자를 불러달라’는 요구했다”며 “그러다가 학생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대치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보안관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양씨와 대화를 시도하며 물을 건넨 후 양씨가 물을 마시는 틈을 타 사건 발생 1시간여 만인 오후 12시 47분쯤 양씨를 검거했다. 양씨는 검거 직후 간질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양씨에 대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한 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학교 측은 사건 발생 후 학부모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문자메시지를 뒤늦게 발송한 것에 대해 “오후 12시 40~50분쯤 일단 추후 내용에 대한 안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해명했다. 학부모들에게 자세한 상황을 설명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경찰의 협조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교장은 “학교 출입을 내일부터 강화하고 후문을 폐쇄하고 정문만 개방할 예정”이라며 “당분간 일과 중 아무도 학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보안관실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질로 잡혀 있던 학생은 다행히 큰 부상이 없어 퇴원할 예정이다

홍준영 중대 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이날 오후 “(학생은) 외상 등 다른 증상이 없는 상태”라며 “급성 스트레스 반응도 정신과적으로 조사했지만 경과 관찰 정도로 확인했다. 이후 외래에서 추후 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홍 전문의는 처음 피해 학생을 봤을 때 상태를 묻는 말에 “심하게 흥분한 상태가 아니었고 안정적이었다”며 “스트레스가 될까 봐 묻진 않았지만 많이 불안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초구 방배초등학교에서 한 남성이 초등학생을 인질로 잡은 상태로 경찰과 대치하다 1시간 만에 체포된 2일 오후 인질로 잡혔던 여학생이 이송된 서울 동작구 중앙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홍준영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피해 학생 상태에 관련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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